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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당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현장비상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손승환 기자 =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1년 4개월 만에 100회를 채웠다. 닷새에 한 번 꼴로 열린 셈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특검 압수수색 시도 등 국민의힘의 굵직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의총은 횟수를 늘려가며 등장했다.
의총은 형식적으로는 의원들이 모여 당론을 정하거나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를 선출하는 의사결정 기구다. 그러나 헌법기관인 개별 의원이 한 곳에 모고려개발 주식
였다는 이유 때문에 대통령실·검찰 등 권력 기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내부 갈등이 격화할 때는 소수파 당대표나 대선 후보를 몰아세우는 전장이 되기도 했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는 한동훈 대표의 "내란을 자백한 셈" 발언이 촉발한 공개 충돌이 있었고,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에는 물병이 오가고 고성이 난무하며 지도부 축출이 벌증시일정
어졌다. 조기 대선에서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문제를 두고 의총에 참석해 '하트 포즈'를 취하더니 '반전의 강경 입장'을 쏟아내면서 아수라장이 된 장면도 남았다. 의총은 곧 국민의힘의 위기와 내홍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무대였다.
원구성 협상 '참호'였던 의총…한 달 싸움 끝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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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국회 초반, 의총은 원구성 협상의 참호였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해 6월 3일 개원 첫 의총에서 민주당의 법사위·운영위 독식 시도를 "의회 독재체제 구축"이라고 규정하며 전선을 폈다. 이어 같은 달 10일부터 닷새 연속 의총을 소집했고, 여기서 상임위 보이콧 방침이 확정됐다. 장관들을 의총장으로 불러 상임위 공백을 대신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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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6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발언대에 오르고 있다 . 2024.6.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 청문회 개백경 게임
최 등으로 공세를 이어가자 국민의힘은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수용을 같은 달 24일 의총에서 결정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사흘 뒤 의총에서 재신임받았다. 개원 초반부터 치러진 이 공방은 의총을 중심으로 한 참호전을 방불케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국민의힘의 백기 투항으로 막을 내렸다.
'한동훈 지도부' 압박한 의총…끝내 지도부 축출로 이어져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로 지난해 7월 선출되며 의총의 성격이 달라졌다. 당시 의총은 소수파 당대표를 압박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전당대회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전당대회를 불과 나흘 앞두고 열린 의총에서 추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간다"고 강조한 발언은 한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한 대표는 취임 후 해병대원 특검법·정책위의장 추인·의대 증원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추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불거지며 한 대표의 '조건 없는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추천' 제안을 두고 충돌은 격화했다. 추 원내대표는 "원내 최고 의사 결정 기구는 의총이고, 그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맞섰다. 지난해 11월 14일 의총에서 당은 김 여사 특검법에 반대하는 대신, 특별감찰관 후보에 대한 추천 절차를 진행하는 절충안에 뜻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대표를 겨냥한 '당원게시판 논란'를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친윤계가 당무감사 등 당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공세했다.
추 원내대표가 같은 달 28일 의총에서 '당원게시판 논쟁을 자제하고 냉각기를 갖자'고 진화에 나섰지만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일부 선회하면서 당내 긴장감은 극도로 증폭됐다. 결국 12·3 비상계엄 사태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일 의총에서 한 대표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이런 식으로 분열해서는 다 죽는다"는 공개 발언까지 터져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언에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답변하고 있다. 2024.12.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비상계엄 이후 의총은 캐스팅보트를 쥔 한 대표의 입장 변화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탄핵 부결 당론을 채택(12월 5일)하고 1차 탄핵안 부결 뒤 추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이후 한 대표는 탄핵 반대 입장을 천명한 후 의총에서 '질서있는 조기 퇴진' 방안 논의를 주도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지난해 12월 12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의총에서 윤 대통령 담화를 두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한 셈"이라며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제안했다. 이에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일제히 "내려와라" "사퇴하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이틀 뒤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한동훈 지도부는 사실상 강제 해산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의총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했고 한 대표가 "비상계엄을 제가 한 게 아니다" "제가 투표했냐"고 하자 물병을 던지거나 욕설을 하는 등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왔다. 한 명씩 일어나 탄핵 찬반을 밝히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당시 의총의 압박을 못 견뎌 줄사퇴하면서 '한동훈 지도부'는 붕괴됐다.
이 당시 의총은 친윤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극한 대립으로 요악할 수 있다. 토론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방식이 아닌, 표 대결까지 언급되는 상황도 여러 번이었다. 수싸움에서 불리한 친한계는 여론에는 유리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의총을 공개하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계파색이 옅은 의원까지 모두 포함해도 친윤계를 넘기 어려운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탄핵 정국을 거치며 결국 축출됐다.
한편, 비상계엄 당일 의총은 현재까지도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있다. 한 대표는 의원들을 향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오라고 했으나, 추 원내대표는 국회 경내 진입의 어려움을 이유로 의총 소집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했다. 현재 추 원내대표는 이 사안과 관련해 표결 방해 혐의로 조은석 내란 특검팀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고 당사를 나서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장외투쟁 요구 직면한 원내…김문수-한덕수 후보 교체 아수라장
새로 선출된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체제 정비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특검법 방어에 주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6일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선언한 뒤 불과 8일 만에 권영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특검법은 8표만 이탈해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도 통과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월 16일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해 특검법 원천 반대를 외치는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참담하지만 자체 특검법 발의가 필요하다"고 눈물로 호소했고, 결국 자체 특검법 발의를 조건으로 친한계를 설득해 민주당 단독안 방어에 성공했다.
더 큰 도전은 장외에서 발생했다. 분노한 지지층이 광장으로 몰려나가 윤 대통령 복귀를 외쳤고, 원내에서도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장외 투쟁 요구가 빗발쳐 의총에서 격론이 이어졌다. 많은 의원들이 거리 집회를 주장했지만 권 원내대표는 지난 3월 13일 지도부는 거리에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자, 이 직후 열린 긴급 의총에서는 "우리는 폐족"이라는 탄식과 함께 탄핵 과정에서 소극적이었던 지도부에 대한 거취 결정 요구가 나왔다. 그러나 대선이 60일 앞으로 다가온 일정이 오히려 당을 주저앉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당은 지난 4월 6일 의총에서 지도부를 재신임하고 대선 경선 선관위를 꾸리기로 했다.



지난 5월 9일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의총장을 떠나자 의원들이 이를 말리고 있다. 2025.5.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후 의총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들 예정이었으나 '후보 교체 파동'으로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지난 5월 5일 의총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요구가 있었으나 김문수 후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나흘 연속 열린 의총에서 단일화 여론조사 결정, 구체적인 단일화 로드맵 발표, 권 원내대표 단식투쟁 결의까지 결정하며 김 후보를 향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결국 김 후보는 지난 5월 9일 의총장을 찾았다. 그는 의원들에게 '하트 포즈'를 취한 직후 태도를 돌변해 "당 지도부가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 한다"고 발언했다. 이 직후 김 후보가 퇴장하려 하자 한 의원이 김 후보 옷깃을 잡아챘고 권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뛰쳐나가 김 후보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경호원에 가로막히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국민의힘은 이 직후 의총을 속개해 후보 재선출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는 강수를 던지지만, 당원 반대로 무산됐고 5월 11일 의총에서 후보 직위를 복원했다. 대선 패배 이후 권성동 원내대표와 지도부 대다수는 의총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탄핵소추안 가결부터 파면 결정까지 이어지는 위기 국면에서 의총은 지도부가 지지층의 압박을 견뎌내며 당내 이견을 극복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내기 위한 '설득의 장'으로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 맏형 격인 권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후보 교체 파동'은 씻지 못할 오점으로 남았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 불과 60일 만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적 제약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투표를 거쳐 뽑힌 대선 후보를 의총을 거쳐가며 바꾸기에는 과정이 지나치게 성급했고 정당성도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혁신 요구에 직면한 의총…현재는 압색 방어·與 공세 수단
대선 패배 이후 당 내부의 혁신 요구가 권영세 위원장의 후임자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분출했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을 두고 6월 9일 의총에서는 5시간 가까운 내부 격론을 벌였다. 당이 대선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전환하고, 후보 교체 사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등의 요구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의총에서 불리한 의석수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전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했고, 의원과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의총 구조 자체를 바꾸려 시도했다.
당시 차기 원내대표 선출 전 임기를 이어가던 권 원내대표가 6월 11일로 예정된 의총을 당일 돌연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권 원내대표는 "자칫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고려했다"고 했으나 김 위원장의 혁신 논의를 가로막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권 원내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김 위원장 혁신안을 별달리 중점을 두고 논의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 임기가 자동 종료되면서 '혁신안' 논의는 일단락됐다. 이후 윤희숙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또다시 혁신안을 둘러싼 논란이 의총에서 벌어졌으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개최되며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리백화점 이재명 정부 인사청문회 대책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김용태 비대위원장. 2025.6.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현행 송 원내대표 체제에서 의총은 종종 특검의 압수수색 방어 수단이 됐다. 특검이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마다 중앙당사, 원내대표실, 원내행정국 등에서 의총을 긴급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이나 특검 사무실 앞에서 규탄 의총을 열기도 했다. 현재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비판하는 의총이 이어지며, 본래보다 여론 환기용 수단으로의 성격이 굳어졌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