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한 아들이 해코지할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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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30여년전 아이 셋이 있는 남성과 결혼했다. 자녀들은 모두 분가해 남편과 둘이 살던 김씨는 폭언과 폭행을 참으며 살아왔다. 폭력이 심해지면서 아예 주방에 칼을 모두 숨겨둘 정도였다. 하지만 남편이 지병으로 쓰러지면서 폭력은 중단됐다. 남편을 간병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큰 아들이 집으로 왔다. 처와 자식이 있는데도 간병을 돕겠다며 같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편 대신 술에 취한 아들의 폭언과 손찌검이 시작됐다.
하루는 술에 취해 들어온 아들에게 "간병하겠다더니 매일 술이냐"고 한마디 하자 주먹이 사정없이 날아왔다. 비명소리에 이웃들이 달려왔는데 아들은 "어머니가 치매라 이상하다"며 이웃을 돌려보낸 뒤 폭행을 이어갔다.
그는 아들과 남편이 잠든 사이 도망쳤다. 인근 병원에서는 늑골(갈비뼈) 4개 이상 골절 및 안면부 타박으로 인한 멍과 부종 등 6주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1시간 거리에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구했다. 친구는 김씨 손을 잡고 인근 지구대로 향했지만 경찰은 "관할이 아니다"라며 고소장 접수를 거부했다. 더 이상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사건 발생 직후 너무나 창피했다. 스스로 세상을 뜰 생각까지 했다. 일년에 한두번 전화 통화를 하던 조카들에게 이별 전화를 걸었는데, 달려온 조카들이 김씨를 도왔다. 김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소견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김씨가 아들의 주먹을 피해 도망가자 방치된 남편은 한달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1심 재판에서는 판사는 아들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독한 패륜범죄'라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아들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김씨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아들이 "무엇에 씌였나보다"라며 두둔했다. 하지만 김씨 친척들은 "아들이 1심에서 구속되지 않자 낙심했고, 2심에서 법정구속이 되자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며 "김씨는 지속된 폭력에 노출됐다"고 전했다. 실제 김씨가 항소심 재판장에게 보낸 탄원서에는 남편과 아들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려 온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아들이 법정구속된 날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구속된 지 1년이 지나면 그가 출소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들이 감옥에서 나오면 찾아와 해코지할까봐 걱정된다"며 "평생 (남편과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살았는데 지금은 혼자 지내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일로 다른 자녀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김씨는 "내가 전화 왕래조차 끊었다"며 "몸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팠다"고 했다.
김씨는 경찰 고소와 재판때까지 좋은 기억이 없다. 다만 항소심을 맡았던 공판 검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했다. 김씨는 "1심에서 아들이 집행유예로 나오자 (공판) 검사가 걱정이 됐는지 수시로 전화를 해 안부를 물었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당시 공판 검사는 아들이 치료비 등 병원비를 한푼도 내지 않는 등 피해회복 노력조차 안한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가 이사한 거주지 검찰청을 통해 범죄피해자보호센터에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김씨는 고마웠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 "아들한테 맞은 것도 창피하고, 귀찮기도 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 친척들은 "도움을 받았다가 아들이나 다른 이들의 현재 주거지를 알아낼 것 같아 도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부양가족(자녀)이 있다는 이유로 주민센터에서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편이 숨진 후 정리한 재산으로 단칸방 보증금만 냈고, 월세와 생활비, 병원비는 기초연금 30만원으로 근근히 해결하고 있다. 김씨의 친척들은 "가족간 범죄라고 경찰은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안했고, 변호사는 오히려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면서 "아들이 출소하면 접근금지도 신청해야 할텐데, 노인 대상 범죄 피해자는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http://m.naeil.com/m_news_view.php?id_art=42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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