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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피켓 든 노인들, 강추위속 'AI 은행'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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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외투를 입은 노인 50여 명은 각자 피켓을 들고 은행 앞에 섰다. 노인들 뒤쪽의 은행 출입문에는 “저희 영업점이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하여 운영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또 다른 안내문에는 “금융권 최초로 상담직원과 화상화면을 통해 은행 업무가 가능한 미래형 창구”라고 적혀 있었다.

노인들은 S은행의 ‘미래형 창구’가 못마땅한 듯했다. 30년 넘게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며 이 은행을 이용했다는 박모(76)씨는 “직원을 없애고 키오스크니 뭐니 하는 거로 은행 일을 보라고 하면 노인들은 어떡하라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안내 방송을 듣고 기자회견에 왔다는 차은자(87)씨는 “노인들은 간단한 입출금거래도 직원들에게 의지하는 실정인데 은행이 갑자기 사라지면 너무 막막하다”고 말했다.

앞서 은행 측은 이 지점을 내년 2월쯤 폐점하고 디지털과 AI 기술 등을 활용한 무인형 점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창구의 은행직원이 없는 대신 실시간 화상통화로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와 고객 스스로 신규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11월 30일에 구성된 주민대책위는 아파트 동과 상가의 상점마다 서명지를 비치해 은행 폐점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대책위 측은 “S은행 월계동지점은 단지 내 5000세대와 인근 아파트 이용주민까지 더하면 8000세대 주민이 이용하는 은행”이라며 “은행 폐점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거래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노인 계층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인들이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에 더 노출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 동네의 한 은행 지점을 향한 것만은 아니었다. 주민대책위 공동대표 강미경(41)씨는 “무분별한 은행 폐점은 이미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주민의 삶에 필요한 수많은 금융거래가 모두 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공공의 영역에서 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은행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 7281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6326개로 감소 추세다. 하반기에는 6183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6년 사이 전국에서 약 1100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강씨는 “은행의 대면 창구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금융은 사적 이익만을 추구해선 안 되며 무조건 편리하고 빠른 것만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ttp://www.joongang.co.kr/article/25029591

디지털 소외계층한테 너무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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