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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경주)=고은결 기자] 천년 고도 경북 경주가 이달 말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무대로 변신한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 뿐 아니라 글로벌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경제계 슈퍼스타들이 총집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달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는 21개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이 모인다. 이번 APEC 기간에는 세계 무역 질서를 놓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의 6년여만에 만날 전망이다.
이에 앞서 28일부터는 젠슨 황 엔비디아 수원 임대아파트 최고경영자(CEO),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 CEO 등 글로벌 기업 수장과 국내 재계 총수들이 참석하는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이 진행된다. 10여일 뒤 각국 참가자들과 방문객으로 북적일 경주의 주요 시설은 공사를 마치고 전시물 설치 등 막바지 작업에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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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에 ‘APEC 웰컴존’ 조성=16일 새벽 서울 청량리역에서 2시간50여분간 고속철도(KTX)-이음 열차를 타고 내달려 닿은 경주. 기차역사부터 국내 1호 관광단지이자 ‘APEC의 도시’임을 뽐냈다. 대합실 전광판에는 ‘APEC 2025 KOREA’가 띄워져 있었고, 역사 가운데에는 안내 데스크 역할을 할 ‘APE 월차 연차 C 웰컴존’ 구축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역 밖으로 바로 나오면 야외 광장에는 APEC 개최도시 경주 방문을 환영하는 가로 형태의 긴 조형물이 설치돼 안개 낀 산등성이와 함께 장관을 이루었다. 버스·택시 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양옆 기둥마다 붉은색과 곤색의 APEC 현수막이 결려 있고,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와 택시들도 APEC 래핑광 노스트라다무스 고가 돼 있었다. 길가에는 전기·통신이나 조경 공사를 벌이는 작업자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앞 사거리에서 APEC 정상회의 홍보를 위한 조경 작업을 하는 작업자. 고은결 기자


경주 토박이인 60대 택 중국자동차 시기사 황모씨는 “아주 깔끔하지요?”라며 APEC을 맞아 경주 보문관광단지까지 도로가 깨끗이 정비됐다고 강조했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지하에도 유적이 많아 주요 관광지와 역의 거리가 떨어져 있다. 역에서 20여km 떨어진 보문관광단지까지 가는 길은 25분 가량 걸리는데, 차창밖 도로는 매끈하게 포장됐고 곳곳에는 가을 국화가 심겨져 있었다.
벚꽃 명소로 유명한 흥무로 벚꽃길은 8km에 달하는 긴 거리는 벚꽃대신 가로수 화단에 샛노란 꽃을 심었다. 황씨는 “APEC 기간 경주시 택시기사들은 와이셔츠와 곤색 조끼, 넥타이까지 정복을 잘 차려입고 손님을 맞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전경. 고은결 기자


▶‘메인 행사장’ 화백컨벤션, 최종 정리만 남아=오전 10시경 이번 APEC을 대표하는 상징 장소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 마련된 APEC 정상회의장의 공정률은 지난달 말 기준 98% 수준으로 정상회의장에 걸맞게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정리하는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건물 주변에는 흡연부스 시설 등 설치 작업까지 끝나 있었고, 일부 작업자들이 근처 조형물 상태 확인을 하고 있었다.
전 세계 정상이 모이는 만큼 당국이 보안 등을 위해 통제 조치를 해, 공사 관계자 외 일반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됐다. 건물 입구에서 만난 센터 관계자는 “현재 마무리 (정리)하는 부분만 남아있다”고 귀띔했다. 후문 광장 쪽에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의 이름이 된 ‘화백회의’의 정신을 형상화한 조형물 등이 놓여 있었고, 바깥쪽으로는 행사 전까지 출입 통제를 위한 트래픽 콘과 줄이 설치돼 있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옆에 설치된 국제미디어센터. 고은결 기자


정상회의장 바로 옆에서 설치된 국제미디어센터는 외부 공사는 사실상 끝났고, 외부에서 이어지는 입구 도로의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는 APEC 기간 세계 각국 기자들이 모이며, 전례에 비춰 3000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 안에는 정상회의 영상이 대형 스크린으로 실시간 송출되는 브리핑홀, 각국 관계자가 언론에 브리핑할 장소도 3곳이 마련돼 있다. 개별 인터뷰 부스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미디어센터 바로 옆면에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북천은 하천변 꽃 심기 등 경관 개선 작업으로 분주했다.



힐튼호텔 경주 전경. 한쪽 외벽에 APEC 홍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고은결 기자


▶경주 호텔·리조트, 정상숙소 리뉴얼에 최대 1000억 투입=귀빈들을 모실 경주지역 12개 호텔·리조트 등은 리뉴얼에 제대로 칼을 갈았다. 정상용 숙소(PRS)로 쓰일 객실은 방탄유리와 도청 방지 장치 등으로 철통 보안을 갖췄고, 호텔 전면 리모델링에 적게는 수십억원, 최대 1000억원대를 쏟아부었다.
최대 관심사인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대표단은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바로 옆 5성급 호텔인 힐튼호텔 경주에 묵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찾은 힐튼호텔은 한쪽 외벽에 수제곱미터 면적의 대형 APEC 포럼 홍보 현수막을 걸어놨고, 호텔 1층에서는 경북도·경주시가 개최한 ‘2025 APEC 회원국 및 경상북도 투자포럼’이 열리고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대표단은 정상회담장에서 약 7.5km 떨어진 경주 코오롱호텔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상만찬장으로 쓰일 경주 라한셀렉트 호텔 지하 1층 컨벤션홀. 고은결 기자


정상들의 만찬장으로 선택된 경주 라한셀렉트 호텔도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이동거리가 1.8km로 가깝다. 이곳은 경주 시내에서 힐튼호텔 외의 유일한 5성급 호텔이다. 로비에서 나선형 계단으로 내려가 지하 1층을 가면, 오른쪽에 대연회장으로 쓰일 컨벤션홀이 나온다. 당초 만찬장은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축 건축물에서, 내부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이곳으로 바뀌었다.
직접 둘러본 1500㎡ 규모의 널찍한 컨벤션홀은 차분한 조명과 흰색 벽·천장, 회청색 카펫이 차분한 분위기를 내는 가운데 천장에는 화사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다. 특히 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어, 정상들은 회의를 마친 이후 차량으로 약 3분 만에 이곳에 온 뒤, 바로 몇걸음 만에 연회장에 올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각국 정상 의전용 차량 주차장으로 재정비된 신라밀레니엄파크 주차장. 고은결 기자


▶‘APEC 번호판’ 의전차량 출격대기=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7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보문단지 외곽에 방치돼 잡초가 무성하던 신라 역사·문화 체험 테마공원인 신라밀레니엄파크가 APEC 정상회의 때 의전용 차량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근 깨끗이 포장됐다. 이날 주차장은 출입 통제 중이었는데, 울타리 너머로 현대차그룹이 각국 정상·배우자 의전을 위해 지원하는 차량들로 이미 꽉 차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량 번호판에는 ‘APEC’ 글자와 경주 APEC 2025 공식 로고가 있었다. 주차장 내에는 나라별 의전 차량 주차 구역을 구분하도록 참석국가명이 쓰여진 깃발들이 꽂혀 펄럭였다.



국립경주박물관 안뜰에 설치된 신축 건축물. 고은결 기자


정상회의장과 PRS 숙소가 몰린 보문관광단지에서 다시 경주역 방향으로 9km 정도 이동하면 국립경주박물관이 나온다. 박물관 안뜰에 지어진 신축 건축물은 제모습을 갖춰가고 있었으며, 작업자들이 고소작업차에 올라 복제 다보탑과 석가탑의 표면을 점검하고 세척하고 있었다. 건축물은 만찬장으로는 쓰이지 못하지만, APEC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APEC CEO 서밋 기간에 글로벌 CEO들의 미팅 장소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곳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역사적인 회담 장소로 낙점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경주 내에서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시 곳곳이 재정비되며 관광명소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도심 한복판인 황남동 일대의 경우 APEC을 앞두고 야간경관 조명을 개선해, 한층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날 오후 첨성대 앞에서 만난 한 경주시민은 “어딜 봐도 APEC을 홍보하니 경주에 세계 정상들이 온다는 게 실감이 난다”며 “APEC이 끝난 이후에도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지역으로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