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10대 손자에 살해되기 전날도 교복을 빨아 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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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627790?sid=102
대구에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한 10대 손자들은 "내년에 성인이 되면 자립할 준비를 하라"는 할머니 말을 듣고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른 형은 중증 정신질환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숨진 할머니 주변에 따르면 할머니는 숨지기 보름 전쯤인 지난달 중순쯤 장손자인 A(18·고3)군에게 "성인이 되면 자립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군은 이 말에 앙심을 품고 범행 전날인 지난달 29일 동생 B(16)군에게 "할머니를 죽이자"고 제의했고, 형의 말을 거부하지 못한 동생은 묵시적 동의를 했다.
A군은 지난달 30일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에서 늦게 귀가하는 할머니(77)의 온몸을 흉기로 61차례나 찔렀고, 등쪽에서 찌른 흉기가 폐와 심장을 관통하면서 할머니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범행을 지켜보던 동생은 형이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92)마저 살해할까봐 몰래 피신시키면서 조부모가 동시에 봉변을 당하는 불상사는 면했다. 이들 형제는 할아버지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30분 만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주위 사람들은 이들 형제가 중증 불안장애와 분조조절 장애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특수학급반에 다니는 A군은 지난해 1월 대구의료원에 강제입원 당해 3개월 동안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군은 퇴원 후 감정조절에 도움이 되는 항우울제 처방을 받았으나 꾸준히 복용하지 않았다.
비슷한 증상을 보인 B군도 지난 7월 학교에서 의자로 교사를 위협하고 욕설을 하다가 강제퇴학 처분을 받았다.
이들 형제의 비극은 각각 7세와 5세던 2009년 시작됐다. 당시 부모가 이혼하면서 지금까지 연락을 끊고 있고, 조부모가 10년 넘게 이들 형제를 키워왔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조부모가 손자들을 극진히 보살폈지만 손자들은 삐뚤어졌고, 심리 및 인지치료까지 받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형제들은 체격도 우람하고 힘도 좋아 조부모가 오히려 눈치를 보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도 거의 없었던 형제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못해 수시로 문제를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학교와 경찰서를 쫓아다녔다. 주민들도 정신병력 등 자세한 사정은 모른 채 조손가정의 문제아 정도로만 여겼다.
대구의 한 사회복지사는 "형제가 한창 가정에서 감성과 인지능력을 배울 나이에 부모의 이혼과 결별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결국 비극이 발생했다"며 "대안학교를 통해 치료와 교육을 동시에 진행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형제는 지난달 30일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체포된 후 다음날인 31일 법원으로부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됐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 서부경찰서는 6일 검찰에 이들 형제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사건이 발생한 주택가 옥상에는 며칠이 지났는데도 할머니가 살해되기 전날 빨아놓은 손자의 교복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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