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아파트 옹벽, 이미 4년전 '붕괴위험'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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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의 안정성 검증 문제로 입주 6개월이 지나도록 준공(사용허가)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A아파트(전용면적 84~129㎡, 1223가구)의 4년 전 건축 심의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아파트는 산을 거의 수직으로 깎아 조성했고, 일부 동들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과 불과 10m 안팎의 거리에 있다.
1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기인 성남시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2017년 백현동 판교A아파트 옹벽 관련 굴토 및 구조심의 회의록에 따르면 옹벽의 안전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우려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5월 열린 성남시 5차 건축 본위원회 심의 회의록. 다수 위원들의 우려에도 다수결로 '조건부 의결'승인이 났다. 박수영 의원실
2017년 4월 19일 진행된 성남시 4차 건축 본위원회 심의에서 한 위원은 "성남시의 토사 붕괴사고 사례를 보면 성남, 용인 일대의 토질에 단층파쇄대가 존재하고 암질지수(RQD·암석의 품질을 나타내는 지수) 값이 작다"며 "토목구조계산을 다시 해서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층파쇄대는 작은 단층이 많이 생기면서 암석이 잘게 부서진 곳을 말하며, 침식, 붕괴가 빠르게 진행돼 토목공사를 할 때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지질공학 전문가 B교수는 "이곳은 편마암 지대인데 편마암은 점토가 충전된 단층들이 많이 발달해 붕괴위험이 크다"며 "높은 절개지 건설 시 사전에 철저한 지질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현동 판교A아파트 옹벽 지대는 전형적인 편마암으로 암석 색깔이 검은회색을 보인다. 네이버 항공뷰
심의과정에서 또 다른 위원이 "문제는 옹벽이 안전하냐는 것인데, 절리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 지금 계산은 가정치 아니냐"고 지적하자 다른 위원이 "절리에 대한 RQD값이 상당히 작은 단층파쇄대가 발달하므로, 단층 파쇄대 부분에 대해서는 토질 정수를 축소한 보완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B교수는 "편마암에서는 단층파쇄대의 위치와 방향, 그리고 단층파쇄대에 충전된 단층점토(단층면을 따라 암석이 부서져서 생긴 점토)의 특성이 중요하다"며 "설계 단계와 굴착시공 단계에서 3차원적인 단층파쇄대의 확인과 아울러 단층점토의 토질 정수를 현장지질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 실험한 값을 토대로 설계해야 하지만 이를 가정한 문헌값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심의위원들은 4차 심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재검토를 결정했다. 한 달여 뒤 열린 5차 심의에서 한 위원은 "옹벽 부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부지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심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시민의 생명과 관련된 안전문제이므로 옹벽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확인될 때까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사업지에 가보면 인접 R&D센터 공사장이 있는데 경사가 심하고 이 공동주택 부지는 경사가 더 급하게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안정성은 중요한 문제인데 (심의위원 중 토목 전문가) 두 분만 검토를 한 것은 문제가 있는 심의"라고 지적했다. "배면의 옹벽이 상당히 높아 일반인들도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안전성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되지 않은 채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위원회와 위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므로 명쾌한 설명과 함께 행정감사, 확인을 거쳐 통과시켰으면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사실상 채택되지 못했다. 결국 14명의 참석 위원 가운데 8명의 조건부 의결 찬성, 1명의 재심의 의결 찬성, 5명의 기권으로 재심의가 다수결로 의결됐다. B교수는 "주민 안전이 걸린 문제를 다수결로 처리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기인 성남시 의원은 "입주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사업이익을 극대화해준 특혜 행정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인허가 작업은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란 특수목적금융투자회사(PFV)가 진행했는데, 법원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씨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판교A아파트 옹벽 상단 보수 흔적. 균열을 시멘트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독자제공
최근에는 옹벽에 20~30m 폭의 균열흔적이 나타나 보수공사를 한 흔적도 발견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균열 보수 흔적을) 육안으로 봐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지금이라도 지반과 옹벽 구조물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학의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반공학적으로 50m 옹벽은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지관리법상 아파트 단지의 옹벽은 최대 15m를 넘어설 수 없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런 높이의 옹벽은) 처음 봤다"고 답변했다.
이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우려했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며 "성남시와 시공사, 그리고 시행사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박수영 의원은 "행정 절차상 많은 전문가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 인허가권자는 이를 보류, 재검토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전문적인 판단조차 묵살하고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상황을 만든 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v.daum.net/v/20211201173710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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