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포기가 ‘올림픽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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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따르면, 바일스는 오전 훈련에서 ‘트위스티스(twisties)’ 현상을 경험했다. 트위스티스는 몸이 공중에 있다는 사실을 뇌가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있지 않다. 이 현상이 나타나면 체조선수는 그동안 수천번 반복했던 비틀기(트위스트) 동작을 갑자기 수행해내지 못하게 된다.
역시 같은 현상을 경험했던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지울리아 스타인그루버(스위스)는 2016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도마에서 비틀기를 할때마다 나는 내가 있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현상이 왜 왔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멈출수도 없었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체조선수들은 공중에서 비틀기나 뒤집기같은 고난도 동작을 소화한다. 불안으로 인한 신체의 이상 신호를 방치하고 동작을 강행하게 되면, 부상은 물론 심한 경우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해당 기사를 쓴 전직 체조선수 엘 리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로 한 바일스의 결정은 미국에서 체조가 작동하는 낡은 방식이 전환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료들의 반응은 뜨겁다. 미국체조협회는 “바일스의 결정을 진심으로 지지하며, 그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메이카 체조 선수인 다누시아 프란시스도 BBC에 “바일스의 결단은 모두에게 힘을 줬다. 그는 여러 면으로 가장 위대한 선수(G.O.A.T)”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일스의 결단이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전환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몸 상태 뿐 아니라 마음 상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경쟁에 적합한 상태가 아님을 인지하는 행위도 스포츠 선수의 ‘프로페셔널리즘’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일스는 ‘올림픽 포기’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일본)를 꼽았다. 나오미는 올해 초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고 경기에 기권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2018년 US오픈 우승 이후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이는 운동선수의 정신건강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바일스와 나오미의 기권은 ‘무조건 참고 뛰는 것’을 선수들의 근성으로 여기던 기존 스포츠계의 낡은 관행을 무너뜨리고 있다. '올림픽 23관왕'에 빛나는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도 "런던 올림픽 이후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밝히며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뉴욕타임스는 “팬, 기자, 리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같은 글로벌 조직이 모두 모여 골절, 뇌손상, 정신건강과 같은 선수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며 “바일스의 ‘아니오’는 그가 경쟁에서 이룰 수 있는 그 어떤 행위보다 단순하고, 용기있는 저항의 행동이었다”고 했다.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21072917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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