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키가 좀 작아서 아쉬웠고, 다른 사람은 허세를 부리는 경향이 있어서 제 타입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누군가와 만난다는 게 여전히 재밌는 일이었네요.”
최근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두 명의 남성과 만남을 가진 어느 한국 여성의 말이다. 일반적인 앱 사용 후기와 다를 것이 없지만, 그는 자녀가 사준 ‘데이트 이용권’을 사용한 56세 싱글 여성이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로움에 빠진 한국의 실버 세대가 데이팅앱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다 남편과 이혼한 59세 오모 씨도 최근 딸이 사준 데이팅앱 이용권을 통해 4살 연상 남성을 만났다. 이전까진 두 마리의 반려견을 통해 외로움을 달랬던 그는 “점심을 두 번 같이 먹었는데 즐거웠다”며 “여러 주제에 대해서 얘기했다. 내 또래를 만나는 일이 신난다”고 밝혔다.
중년뿐 아니라 노인들도 적극적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서울이나 부산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93세 남성이 만남 주선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실버 세대가 데이팅앱에 빠지게 된 건 한국 사회에서 핵가족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전통적인 유교 관습에 따른 생활상이 빠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부모가 성인 자녀를 위해 데이팅앱 이용권을 샀다면, 이제는 그 추세가 역전됐다”며 “부모의 고독 문제를 해결하려는 젊은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이러한 트렌드가 한국의 자녀 양육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를 좋은 대학과 보수가 좋은 직장에 보내기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인이 된 자녀들이 다시 자신의 자녀들에만 매달리느라 부모를 챙기기 어렵다”고 설명하면서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과거엔 부모가 번 돈을 자녀교육에 다 쓰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가족 복지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이제 그런 내부 안전망은 거의 사라졌다”며 “미혼·무자녀·1인 가구 증가 현상을 받아들이고 이를 반영해 다른 시스템을 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5/000314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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