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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선생님이 아니에요. 수업 하지 말고 눈으로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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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숙 씨는 10년차 돌봄전담사다. 지난해 노조로 파견 나오기 전까지 대구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하루 6시간 주 5일 일했다. 시간제 무기계약직인 그의 월급은 수당까지 다 합쳐 140여만 원이었다.

돌봄전담사가 되기 전에 그는 회사원이었다. 딸 셋을 뒀다. 매일이 저글링이었다. 근무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렸다. 말 잘 듣던 큰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며 방황했다. 은숙 씨는 딸을 이해하려고 교육 공부를 시작했다.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따고 돌봄전담사가 됐다.

"맞벌이로 발 동동 구르는 학부모들 보면 제 모습 보는 거 같아요."

2011년 처음 초등학교로 출근했을 때 그는 '돌봄교사'로 불렸다. 한 반 20여명을 맡았다. 그가 프로그램을 짰다. 돌봄교사 지원할 때 필요했던 보육교사 2급 자격증 외에 종이접기, 보드게임, 레크레이션, 북아트 자격증 등을 땄다. 교실에만 있으면 아이들이 답답할까봐 저녁 운동장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기도 했다.

2014년 정부는 돌봄교실을 대폭 확대했다. 그만큼 돌봄교사를 늘리진 않았다. 2004년 초등 돌봄교실이 시작되고 10년째였지만 여전히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됐다. 그의 역할도 바뀌었다. 갑자기 세 반을 맡게 됐다. 돌봐야할 아이가 70명으로 늘었다. 그를 부르는 이름은 '돌봄전담사'로 바뀌었다. 특기적성 강사들이 오고갔다. 행정업무도 늘었지만 시간이 따로 할당되지 않았다. 아이들과 눈 맞춤할 수가 없었다. 안전사고 막는 게 최우선이 됐다. 교육청, 학교에 항의하면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교사가 아니니 수업은 하지 말라. 지켜보기만 하라.'

코로나가 터지면서 긴급돌봄이 시작됐다. 발열체크, 손소독 등 방역도 돌봄전담사의 몫이었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려면 아이들을 칸막이가 쳐진 책상에 앉혀놔야 했다. 더 견디기 힘든 건 학교 안에서 겪는 차별과 소외감이었다. 학교 행사를 뒤늦게 알게 될 때도 많았다. 교장은 담당 교사와만 이야기하려 했다. 일방적 지시가 교사를 통해 내려왔다.

은숙 씨는 한 여자 아이를 기억한다. 첫 부임한 학교에서 만난 아이다. 왕따를 당하는 거 같았다. 아이들 중 가장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 때까지 아이는 돌봄교실에서 은숙 씨와 이야기하고 놀았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아이는 편지 한 통을 주고 갔다.

"저를 그렇게 사랑으로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돌봄전담사로 일하는 이유다.

과중 업무 시달리는 초등돌봄전담사들...쌍욕 들을 때도

지난 7일 천은숙 씨는 서울 공덕동 소셜디자이너 '두잉' 사무실로 향했다. 그를 포함해 돌봄전담사 7명이 모였다. '6411 사회극장'에 참여하는 날이다. 참여자들은 즉흥극을 만들며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최대헌 '밸런스라이프' 대표, 오진아 '소셜디자이너 두잉'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이날 시작부터 여기저기 눈물이 터져 나왔다. 미소 띈 얼굴 뒤에 숨겨야 했던 진짜 표정을 종이에 그리면서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학부모들이 담임 선생님한테는 하지 못할 말, 너무 아픈 말을…. 쌍욕을 저한테 해요."
"교장선생님, 같은 동료로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이어 두 팀으로 나누어 즉흥극을 만들었다. 내 경험이 곧 네 경험이었다. 은숙 씨는 '진상' 학부모 역할을 맡았다.

#1
따르릉~ "어제 우리 영순이한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우리 애를 맡길 수 있겠어요?"
"어머니, 전화 들였는데 안 받으셔서. 아이끼리 싸움이 일어났는데 영순이가 먼저 그 친구한테 다가갔어요. 둘이 잘 풀고 헤어졌어요" "아니 어찌됐든 우리 영순이가 맞았잖아요. 선생님 어떻게 대처했어요? 사과시켰어요? 우리 애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요.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죄송해요." 은숙 씨는 억양까지 바꾸며 연기했다.
"리얼하다." 참여자들이 박수를 쳤다.

#2
"학교 일원으로 긴급돌봄에 잘 협조해주세요."(관리 교사) "학교 일원이라고 생각하시면 긴급돌봄으로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일찍 온다고 메시지라도 미리 주시면 안돼요?"(돌봄전담사) "저희가 어떻게 일일이 메시지 보내요. 회의 시간에 맞춰 오시면 되잖아요."(교사) "선생님들 회의 시간에 저희는 아이들 봐야 하는데 어떻게 가요."(돌봄전담사)

#3
따르릉~ "선생님 어떻게 하죠. 갑자기 일이 생겨서 30분 늦을 거 같아요." "6시30분까지 오신다는 거죠?" 7시가 다 될 때까지 학부모가 나타나지 않는다. "선생님 지금 가고 있어요. 차가 자꾸 막히네요. 우리 애는 혼자 있어요? 울고 있진 않죠? 정말 걱정 돼 죽겠네. 선생님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간식 같은 거 있으면 먹여주시고요. 간식이 없다고요? 우리 애 배고파서 어째."

#4
"제가 코로나 백신 2차를 맞는데요. 이상증후 나타날지 몰라서 특별 휴가를 썼으면 합니다."(돌봄전담사) "병가는 아프면 내는 거예요. 전 국민이 다 맞아요 선생님만 유난 떨면 안 되죠. 연차 내세요."(교장)

#5
"방학 동안에 돌봄에 공백 없어야 하니까 하루 8시간 근무 괜찮으시죠?"(교장) "아이들 급식 진행할 때 돌봄전담사도 급식비 내고 같이 식사해도 될까요?" "학교급식법 때문에 안 되겠는데요. 급식실까지만 아이들 보내주시고 도시락 싸와서 드세요." "아이들 급식실 데려다주고 교실로 돌아와 먹으려면 시간이 없어요." "법이 그런 걸 어떻게 해요."

http://naver.me/GFpydu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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