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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직도 하고픈 얘기 많아… ‘십년후’에도 무대 잇고파”

대학때 미술 전공중 동아리 연극반서 ‘다중적 모습 허용’ 매력 푹 빠져
최원영·장진호 前 대표 약속서 극단 탄생… 1995년 인연 2012년 대표로
‘사슴아…’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뮤지컬 ‘인천상륙작전…’ 큰 반향도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극단 ‘십년후’의 송용일 대표가 인천 중구 신포아트홀 무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 “더 치열하게 작업하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조재현기자 jhc@kye유망주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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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제법 내리던 지난 16일 찾은 인천 중구 신포동 문화의 거리. 이곳을 조금 걷다 보면 친숙한 글씨체로 ‘신포아트홀’이라고 적힌 초록색 간판이 하나 보인다. 간판이 이끄는 대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제법 큰 무대와 관객석 50석이 마련된 공연장이 눈앞신대양제지 주식
에 펼쳐진다. 이곳은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극단 ‘십년후’가 2022년 인천 구도심에 손수 마련한 소중한 공연장이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십년후 송용일(67) 대표는 신포아트홀이 누구나 방문해 다양한 창작극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 미술밖에 모르던 청년, 진심인닷컴
연극에 빠지다
송 대표는 대학을 미술 전공으로 입학한 청년이었다. 그러다가 동아리로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자연히 무대 미술과 연극을 접하게 됐다. 송 대표가 극장에서 스스로 처음 본 연극은 아마도 ‘빨간 피터의 고백’이었는데, 이후 연극에 푹 빠져 대부분의 시간을 현대극장에서 무대 미술을 하며 보냈다고 한다. ‘빨간 피터의 고백’은 원숭이우원개발 주식
피터가 인간세계에 적응하기까지 겪는 일들을 보여주는 모노드라마다.
그는 “누구에게나 ‘남에게 보이는 나’와 ‘감춰진 나’가 있지 않나. 어느 모임에서는 굉장히 활발한 사람이 사실은 내성적이기도 하는 등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보면 다중적이기까지 한 모습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곳이 바로 무대다. 배우가 어떤 역주가챠트
할을 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연기를 통해 ‘사람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극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무대 연출에 진심인 그가 십년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의 일이다. 대학에 무대 미술 강의를 나갔다가 십년후 대표이기도 한 장진호 교수를 만났고, 당시 십년후가 준비하던 공연의 무대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후부터 십년후 무대 연출을 전담했고, 2012년부터는 또 다른 십년후 대표인 최원영 박사의 부탁으로 대표직까지 맡게 됐다. 인천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던 송 대표가 십년후를 통해 인천에 눌러앉은 지 어느새 13년이 흘렀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3년 정도만 하고 대표직을 넘겨야지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10년 넘게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십년후와 처음 인연이 닿았을 때부터 대표를 맡을 즈음까지가 내가 가장 혈기가 왕성하고 열정이 넘칠 때였고, 덕분에 주옥같은 작품이 많이 탄생했다고 자부한다. 전국 연극제에서 인천 대표로 출품해 대통령상, 연출상 등을 받은 연극 ‘사슴아 사슴아’도 이 시기 직접 연출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 10년 전 약속 덕분에 만들어진 극단 ‘십년후’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쯤 되면 극단의 이름이 왜 ‘십년후’인지 궁금할 법도 하다. 이 이름은 공동 창립자이자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인 최 박사와 장 교수의 약속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각각 미국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10년 후 만나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약속했다. 정말로 10년 후 다시 만난 그들은 사회에 환원할 방법으로 인생의 축소판인 ‘연극’을 떠올렸고, 어린이들을 위한 영어연극 등을 하는 극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송 대표는 “극단을 운영하려면 정식 등록이 필요해서 등록할 이름을 찾게 됐는데, 두 분의 이름을 하나씩 딴 ‘진원기획’을 비롯해 다양한 후보가 나왔다고 들었다”며 “최종적으로 ‘오, 인천’과 ‘십년후’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십년후’로 결정이 됐는데, 극단이 항상 10년 후 미래를 그린다는 느낌이 들어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어린이를 위한 연극으로 시작했고, 점차 인천 소재 창작극과 뮤지컬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고 했다.
극단 십년후는 매달 3~4편씩 꾸준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인천이 배출한 가수 이화자가 부른 곡들을 재해석한 ‘화류춘몽’, 구도(球都) 인천과 한용단의 이야기를 담은 ‘풀카운트’, 1960~1970년대 유행가처럼 불렀던 노래를 재구성한 ‘성냥공장 아가씨’ 등 인천을 주제로 한 작품은 물론,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소문’ 등 다양한 소재의 창작극도 많다. 이제 십년후의 작품이라면 믿고 신포아트홀을 찾는 단골이 생겼을 정도다.
송 대표는 “이전까지 십년후는 서울이나 인천문화예술회관과 같이 주로 규모가 큰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그러던 중 몇 달간 정성껏 만든 공연이 끝나고 나면 그대로 떠나보내는 것도 아깝고, 종종 재연(再演)을 요청하는 분들도 있어 마련한 공간이 바로 신포아트홀”이라며 “평소 500석 정도의 공연장을 갖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곳이 그 시작이다. 단원들과 함께 더 치열하게 해보고 싶다”고 했다.
■ 미래 10년 후도 그릴 수 있기를 바라며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최근 십년후의 운영 사정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십년후뿐 아니라 대부분 극단의 상황이 그렇다. 신규 단원의 유입은 점점 줄고, 기존 단원들도 점차 현실에 부딪혀 다른 살길을 찾아 떠나는 일도 많다. 더구나 십년후는 올해 인천시나 인천문화재단이 공모하는 지원 사업에서 모두 탈락해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송 대표는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세밀한 실사나 활동의 연속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 서류로만 심사한 부분이 안타깝다는 마음도 든다고 털어놨다.
송 대표가 올해는 정말 극단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만난 기회가 바로 ‘제75주년 인천상륙작전 기념 창작뮤지컬’이다. 공모를 통해 십년후가 이 뮤지컬을 제작해 선보이게 된 것이다. 십년후는 직접 스토리 구성부터 무대 연출까지 모두 맡았다. 그 결과 ‘인천상륙작전: 그 밤, 불빛 하나’ 뮤지컬을 지난 12~13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지난 19~20일에는 인천중구문화회관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지난 20일 마지막 공연에서는 인천중구문화회관 공연장이 관객들로 가득 찼는데, 공연이 끝난 뒤 엄청난 환호를 받기도 했다.
송 대표는 “보통 인천상륙작전이라고 하면 맥아더 장군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떠올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작전 당시 민간인들의 삶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 희생과 피해 등을 다양하게 담고자 했다”며 “물론 인천상륙작전과 당시 군의 상황도 설명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예상과 다른 이야기라 관객들이 신선하게 봐주신 듯하다”고 했다.
앞으로도 송 대표는 치열한 작업으로 십년후 역사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타 지역에서 교수 등 제의도 다수 왔지만, 생동감 있는 연극 현장이 좋아 이곳에 남았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하지만은 않아 그의 고민 역시 크다. ‘소문’이나 이번 ‘인천상륙작전: 그 밤 불빛 하나’와 같은 ‘잘 만든’ 공연이 다른 지역 순회공연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당장 십년후만의 힘으로는 쉽지 않다. 십년후가 기획 능력까지 갖추거나, 이 능력을 보완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등 언제든 재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송 대표는 “아직도 인천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열정이 넘치는 젊은 단체와, 경력과 경험이 풍부한 십년후 같은 단체가 연계해 활동한다든지, 연극계에 신규 단원을 계속 유입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원 사업도 제대로 된 기준이 마련돼 ‘잘하는 곳일수록 더 많이 지원을 받는다’는 인식이 생겨야 극단 간 서로 경쟁하고 발전할 수 있다. 내년에도 ‘연극을 통한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라는 목표를 이어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송용일 대표는?
■출생 및 학력
1959년 2월 15일
2000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 연극전공 (석사)
2001년 일본 일본대학교 연극영화과 객원연구원 수료
■경력사항
1997~2003년 중앙대·대경대·청주대 연극과 무대미술 출강
2003~2007년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연극과 겸임교수
2007~2008년 중국 연변대학 연극과 초빙교수
2009~2012년 인천대 출강
■주요 연출 경력
2023년 연극 <배우 우배>, <애관 - 보는 것을 사랑하다>, 뮤지컬 <풀카운트>
2022년 뮤지컬 <올더웨이>, <성냥공장 아가씨>
2021년 연극 <아름다운 축제>
2020년 연극 <소문>
2019년 뮤지컬 <김구 -가다보면>
2019년 연극 <냄비>
■수상 내역
2023년 인천연극제 대상 <애관-보는 것을 사랑하다>
2021년 인천연극제 대상 <아름다운 축제>
2018년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은상 <신포동 장미마을>
2018년 제36회 인천연극제 대상 <신포동 장미마을>
2017년 제35회 인천연극제 우수작품상 <블랙아웃>
2016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은상 <배우 우배>
2016년 제34회 인천항구연극제 최우수작품상 <배우 우배>
2015년 한국연극협회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2014년 한국연극협회 공로상
2014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심사위원선정 연극 부문 특별예술가상








/김희연 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