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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딸 앞에서 결혼은 금기어"…서울로 쏠리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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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지방대 졸업 후 서울서 취직…결혼은 금기어"
충북 음성군에 사는 박명수(가명·56)씨는 요즘 코로나19로 일거리가 줄면서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열처리 공장에 흥미를 잃었다.

출근은 하지만 일거리가 없어 공치는 일이 다반사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계속 벌어놓은 거 까먹기만 하는 거 같다"며 "집사람은 이제 안 나와도 될 거 같다"고 했다.

박씨의 큰 딸(27)은 충북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뒤 경기도 하남에 원룸을 얻어 현재 서울 소재 직장에 다닌다.

미디어를 전공한 딸은 영상콘텐츠 제작 회사에 다니다가 얼마 전 홍보대행사 영상콘텐츠에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딸 박씨의 원룸은 전세 1억 원짜리인데 다행히 경기도의 청년주택 전월세 지원 혜택을 받아 해결했다.

당초 1천만 원 정도가 부족했지만 아버지 박씨가 채워줬다. 딸은 아버지와 약속한 대로 적금을 넣듯 매월 25만 원을 아버지에게 부치고 있다.  
 
아버지 박씨는 "그나마 둘째는 지역 사회복지시설에 취직했고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출퇴근 거리가 꽤 돼 중고차를 사줬는데 내 일이 줄어 걱정이 많다"며 "아이들이 결혼은 안 할 것이라고 한 적이 있어서 가족끼리도 결혼이란 말 자체를 잘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좁은 원룸서 살아가는 청년들…"차곡차곡 돈 모으면 삶 나아질까"
경상남도 섬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 문학공부를 한 김모(29)씨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1억 2천만 원짜리 오피스텔 원룸에 살면서 영상편집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부모님은 아직 고향에 살지만 김씨는 자주 찾아뵙지는 못한다.  결혼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서두를 마음도 없다.

부모가 경기도 일산에 사는 정모(29)씨는 당초 고양시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해 잘 다니다가 전공을 살리고 싶어 지난 4월 강남에 있는 작은 광고대행사로 옮겼다.

월급은 조금 올랐지만 일산서 강남까지 다니기가 어려워 관악에 있는 1억짜리 원룸 전세를 얻었다.

국가의 청년 지원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많이 하면서 방이 좁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고민이 많아졌다.


서울에 넓은 방을 얻자니 너무 비싸고, 싼 방 얻자고 경기도 쪽으로 가자니 출퇴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씨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자꾸 답답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장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면서 즐길 것은 즐기되 차곡차곡 돈을 모으다 보면 삶도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희망이다.

부모를 떠나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정씨 등 3명은 부모가 부자가 아니라는 것, 원룸에 산다는 것, 결혼할 생각이 없거나 굳이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 나름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것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생존 경쟁 치열한 서울…전국 합계출산율 꼴찌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들 청년의 사례는 사실 인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인구 유출은 지방 소멸을 부르고, 인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생존 경쟁은 저출산 기조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합계출산율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인구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

전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이 일자리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젊은이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데 그들의 삶이 굉장히 열악하다. 출산에 맞춰져 있는 인구정책으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 어디서도 돈을 줘서 인구가 늘어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포기했다기보다는 현실 안주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 지속가능성과 연결해 자꾸 출산을 강조하는 것도 또 다른 압박"이라며 "자연스럽게 가족을 선택하고 출산하는 게 본인에게 효용 있고 도움이 된다는 뚜렷한 신호를 줄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권혁주 기자 hjkwon205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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