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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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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는 괜히, 의미없이 하는 행동이나 행동간의 상관관계가 없는 일이 더러 있죠.


영화는 우리의 삶의 한 단편을 오려 내어 그 속에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해 내는 생활 표현 예술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잘 만든 영화에는 괜히, 혹은 의미없는 대사나 인물의 행동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뜻 보기에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이것이 촘촘하게 다음 행위나 상황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인물 행동이나 대사에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우려 내어 한 편의 드라마로 완성됐을 때 우리는 웰메이드 영화, 혹은 명작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게 됩니다.


거대한 담론으로 봤을 때 기생충이 가지는 생물학적, 사회적 의미를 영화에 잘 우려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유난히 긴 계단을 내려 가는 장면 (오르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은 물난리 난 자신의 집으로, 혹은 부잣집의 지하를 향합니다. 감독의 은유적 표현이라고 봤어요. 


겉보기에 평화롭고 부유하여 모자랄 것이 없는 그들의 삶 속에서 마치 그들인양 그들의 문화를 소유했다고 착각한 기생충'들은 집주인이 나타나자 마자 ' 불 꺼진 집안을 마음껏 유린하다가 갑자기 불이 켜지자 놀라 숨는 바퀴벌레' 임을 영화 속에서 스스로 인정합니다.


아빠 기택이 박사장이 그어 놓은 선을 잘 지키다가 마지막에 선을 넘는 과정에선 일순 왜?' 라는 의문을 갖게 하지만 그에게 가족을 챙길 여유조차 없이 자동차 키' 를 내어 놓으라는 박사장의 호통, 그에게서 나는 냄새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기에) 지하철 타면 나는 퀘퀘한 냄새' 로 규정해 버리고 코를 움켜 쥐는 박사장의 행위를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다만, 기택, 기정, 기우가 한 가족임을 모르는 박사장에게 그와 같은 행위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위이고 이건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사회를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 물난리 씬, 그리고 동시간에 박사장 집에서 벌어지는 운치 있는 아이의 빗속 놀이와는 무관하다고까지 보여집니다. 


감독은 그 교차 편집을 통해 누구에게는 이렇게 평안하고 운치있는 비가 다른 누구에겐 전재산이 날아가는 상황이라는 점을 묘사하고 싶었을 것이라 짐작이 갑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비극적인 내용을 희극과 섞어 웃고 심각하게 만드는 감독의 역량에 감탄하게 됩니다. 


마치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 이나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등에서 볼 수 있는 사실주의 경향도 엿볼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작가의 개입 없이 비극적 상황을 지켜만 보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다만 짜빠구리 장면 이후에 나오는 시계방향으로' 씬은 왜 집어 넣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이해를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글 처음에 밝힌대로 우리 삶 속에 등장하는 별 인과 없음' 이 장면에서 등장한다고 봐서였을까, 옥의 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기생충의 삶이 어떤 건지 알 도리가 없는 박사장은 특별한 잘못없이 영화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우리의 삶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건은 별 인과관계 없이 지금도 일어나고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존 영화에서 우리가 칭송하며 분석하는 이 세밀한 인과관계가 사실 알고 보면 우리 삶 속의 의미없이 지나가는 순간일 수도 있고 그것은 분명히 각자의 삶에 충분히 영향을 주고 받는다.' 는 것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아울러 해봅니다. 


불호' 보다는 확실히 호' 가 많은 영화라 나름 가재미 눈을 뜨고 보려고 했지만 영화 중반부까지 흐르는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이미 푹 빠져 끝까지 감상만 하게 되는 영화로 끝났네요.


박소담과 최우식의 연기가 훌륭했고, 개인적으로는 송강호 아내 역을 맡은 배우 장혜진님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감탄하며 봤습니다. 청소년의 우정을 다룬 '우리들(2015)' 이란 영화에서 사춘기에 빠진 딸의 엄마 역을 정말 훌륭히 소화해 낸 분이죠.  


지나친 비약이나 은유보다는 관객이 충분히 유추하기 쉽게, 하지만 표현하긴 어렵게,,  


봉준호 감독은 명감독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 웃음, 어두움, 슬픔 등을 고루 맛보았던 영화, 기생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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