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1년 대대적으로 수사했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 시작 단계부터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 등이 참여한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대출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검찰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에는 1천억원이 넘는 대출 과정에서 불법 알선이 이뤄졌는데, 이런 사실을 수사 초기부터 인지한 대검 중수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고 관련자 기소도 하지 않았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검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고,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대출을 불법으로 알선한 조아무개씨에 대한 수사 초기 변호는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박영수 변호사 쪽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진행된 이 수사에서 대검 중수부는 76명(구속 42명)을 기소한 바 있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검·경 수사기록’을 보면,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시행사 씨세븐의 이강길 전 대표는 2011년 3월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앞서 부산저축은행 등 계열사는 2009~10년 이 전 대표의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에 1155억원을 대출해줬는데, 이 과정에서 박연호 당시 부산저축은행 회장 인척인 조씨가 알선료 10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처벌됐다. 하지만 조씨의 이런 알선수재 혐의가 드러난 것은 당시 중수부 수사가 아니라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 수사를 통해서다.
이 전 대표는 2014년 1월27일 경기지방경찰청에 출석해 로비 자금과 관련한 차용증 작성 경위를 설명하면서 “(돈을 건넨 것은) 2010년 3월경이다. 당시엔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았는데, 대검 중수부에서 (2011년 3월께) 부산저축은행 (대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 작성한 것이다. 돈의 사용처를 맞춰야 하는 입장이어서 차용증을 차후에 작성하게 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실제 당시 작성된 차용증에 사용된 관련 인감증명서 발급일은 2011년 3월18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11년 3월에 이미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을 살펴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불법으로 대출을 알선한 조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대장동 관련 조사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2014년 1월15일 경기경찰청에 출석해 “제가 검찰에서 수사받은 것이 대장동 관련된 부분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저에게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등의 진술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혐의를 부인했던 조씨는 1년 뒤 수원지검 특수부에 의해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강길 전 대표는 <한겨레>에 “당시 대검 중수부에 대출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지는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사 초기인 2011년 3~4월에 대검 중수부에서 면담 형식의 조사를 받으면서 조씨와 관련한 내용도 진술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 쪽은 당시 수사팀이 부실 수사 또는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당시 청와대 수석 등 비호세력 로비 의혹 수사하면서 수사 본류가 아닌 개별 법인들의 비리 확인에 매달린다면 직무유기다. 결코 봐주기 수사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박영수 변호사는 “불법대출 사건은 오래되어 전혀 기억이 없다. 검찰에 확인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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