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도그마의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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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투자한 기술인데…탈원전 이유로 안 쓴다는 정부
두산, 효성, BHI 등 i-SMR 기술개발 참여
원전업계 "탈원전 도그마에서 빠져나와야"
정부가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기술을 개발해도 수출용으로만 쓰고, 국내엔 짓지 않기로 했다. 탈(脫)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각국 정부가 탄소배출량 감축의 도구로 SMR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나선 것과 대조된다. 원자력 업계는 “쓰지 않는 물건을 팔겠다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며 SMR을 국내에서도 활용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월2일 5832억원 규모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면서 사업 목적에 ‘수출을 위한 개발’이라고 명시했다. 수천억원을 투자해 혁신형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에선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i-SMR은 해외 수출을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라며 “SMR을 포함해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 업계는 i-SMR 개발을 환영하면서도 국내에 짓지 않은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스마트원전부터 국내 실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i-SMR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실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미적대는 사이에 SMR 선두국가였던 한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며 “지금이라도 SMR은 국가 에너지 계획에 포함시키는 등 탈원전 도그마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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