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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연 끊고 성 바꾸려 재판 갔다···익숙함 거부한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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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 쪽 성(姓)씨를 쓰다 보면 계속 예전에 겪었던 피해가 생각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손상민(27)씨는 8년 전까지만 해도 '이상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자마자 '손상민'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포함한 친가 친인척들과 연락이 끊어지고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을 꾸려온 지 오래된 상황이었죠.

"'한부모도 괜찮아. 나는 한 인격체로서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있어.' 엄마가 그런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태어날 때 받은 성을 곧바로 바꿀 순 없었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법원에 내고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재판까지 거친 뒤에야 상민씨는 비로소 손상민이 될 수 있었다고 해요. 성이 바뀌었지만, 일상 속 '이상민'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연락 온 적도 있어요. 응시했을 때와 입학 후 이름이 달라서 '(입시) 과정에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는 전화였어요. 이번에 재난 지원금을 받을 때도 지금 이름으로 입력했더니 인증이 안 되더라고요."


2세 여부 모르는데…혼인신고 때 아이 성 결정?

단지 손씨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재 아이에게 엄마 성을 물려주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혼인신고할 때 엄마 성을 쓰겠다고 표기하고 별도 협의서를 제출하는 방법, 혹은 가정법원에 신청해 소송을 거쳐 바꾸는 방식이죠. 혼인신고 당시 별생각 없이 서류를 넘겼다간 추후 소송까지 불사해야 하는 겁니다.


"혼인신고를 하러 갔더니 그때 성을 선택해야 한다고 해서 놀랐어요. 엄마 성을 물려주려면 협의서까지 제출해야 하는 걸 보면서 예외적이고 차별적인 상황이라 생각했어요."

결혼 2년 차인 송세이(31)씨 말입니다. 세이씨와 남편 정두찬(30)씨는 혼인신고 당시 생각지도 못한 규정에 당황했죠. 양가 부모님께 송씨 성으로 물려줘도 될지 허락받으려 전화를 걸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안 된다"였습니다.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송씨는 "주변에선 '한부모 가정, 이혼, 재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냐'라는 걱정이 대부분"이라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인가 싶어 속상했다"고 해요. 당사자 입장에선 편견이나 차별로 느껴지는 우려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엄마 성을 물려주는 게 그렇게 아이에게 못 할 짓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해요.

엄마 성 물려줬더니…"큰일도 아니에요"

"막상 하고 나서 보니까, 별거 아니었어요. 이제나로 출생신고를 하면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우려도 있었는데 (큰일은) 전혀 없었죠."


딸에게 이제나(2)라는 이름을 물려준 엄마 이수연(40)씨는 그런 걱정들이 '기우'라고 단언합니다.

"요즘 같은 현대 사회에서, 이제나는 누구의 딸이 아닌 이제나 본인으로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옛날식 우려죠."


물론 제나가 '이제나'가 되는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격렬한 반대에 맞섰다는 제나 아빠 박기용(44)씨는 엄마 성을 딸에게 물려주는 건 "선행을 쌓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가벼운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한다든지, 길 가다가 휴지를 줍고, 주변에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가 있다면 데려와서 보호하고 그런 식의 사회봉사와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마 성을 따르는 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 말고 어려운 일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손상민씨도 "어머니 성을 쓰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어머니 성을 따랐으면 좋겠고, 우리 어머니들이 자부심과 정체성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 이가 한명 두명 늘수록 "왜 어머니 성을 따랐어?"라는 질문을 받을 일도 줄어들 거라는 거죠. 실제로 그런 가족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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