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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공간 침입자'는 누구인가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에 비해 젠더와 무관한 신체를 지닌다. 남성은 자연적으로 보편성을 가지고 단지 인간으로서 존재한다. 반면 여성은 온갖 상황에서 여성으로 호명된다. 그녀들이 여성이라는 점은 언제 어디서나 두드러지는, 거의 영구적이고 자동적인 화제다. 그녀들은 무조건 젠더와 연관되어 생각되고 젠더로 과잉결정된다.
대표적인 예시로 여경과 여군이 있다. 그녀들은 남성이 디폴트인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이라는 신체성의 부정이 강요된다. 이는 여성 개인이 여성 집단 전체로 인식되는 대표성의 부담감과 함께 그녀들을 괴롭힌다. 최근 경찰의 부실 대응과 관련해 남여 경찰이 모두 출동했음에도 여경무용론이 득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최근 이슈화되는 정치적 올바름(PC)과 관련해, 사회 전반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회 구조가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확증으로 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규범과는 다른 신체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특정 유형의 신체가 중립성과 보편성으로 대변되는 공간에 어떤 특징을 고착화했는지를 밝혀주는 셈이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사회 계약의 조건들이 공식적으로는 모든 이에게 확대 적용되었다. 남성 우월주의나 백인 우월주의는 더 이상 헌법적으로나 사법적으로 명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차별은 과거의 참혹한 유산에 기반한 사회적·정치적·문화적·경제적 특권의 문제로 남아있다. 그것은 더 이상 명시적이거나 공식적인 지지를 받지는 않지만 훨씬 더 암묵적이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명명하기가 쉽지 않다. 인식과 명명이 어렵다는 얘기는 저항 역시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차별 없는 사회'에서의 차별을 어떻게 타개해나가야 할까. 저자는 그에 대한 해답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실을 명쾌하게 분석할 뿐이다. 아무래도 해답은 독자들의 몫인 듯하다.
이 책을 읽은 이상, 나는 이 사회의 수많은 '공간 침입자'들이 더는 '공간 침입자'가 아니라 그저 동일한 개인으로 존중될 때까지 그 해답을 고민하며 자신이 지닌 정체성에 국한되어 삶을 꾸려나가는 사회를 온몸으로 거부하려 한다.
박성우
http://naver.me/GULpFe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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