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음담패설 불편하다 했더니 '투명 인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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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다니고 있는 이 회사에서 여자는 저를 포함해 딱 두 명입니다. 다른 한 명은 간부의 아내이니 제가 속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동료 여직원은 없어요.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사이 전 남초 회사 속 외딴 섬이 되었어요. 성희롱과 성차별, 음담패설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저 혼자예요. 여긴 '여자는 그렇게 다뤄도 된다'가 규칙인 그들만의 왕국이거든요.
"안아보자" "모텔 갈래?"가 농담인 곳
성희롱은 셀 수도 없습니다. 입사 초기 '성관계한 적 있냐'고 물었던 상관의 발언은 그 뒤로 쭉 이어진 막말들에 비하면 가벼운 수준이죠.
"시내 나가면 프리허그도 해주던데 5만 원 줄 테니 안아보자." "처녀가 맞는지 확인하려면 같이 자 봐야 해." "걷는 뒷모습이 요염하네." 이 상사의 언어폭력은 앞뒤 맥락도 없어요. 불쑥 튀어나와요. 결혼 계획 있냐는 질문 바로 뒤에 한 말이 "신용카드 줄 테니까 옷 벗어 봐"였고, 식사 후 부서원들과 같이 담배 피우면서 근처 모텔을 가리키더니 "저 모텔 언제 데려가 줄래?"라고 말하는 사람이에요. 그러곤 항상 웃고 넘기죠.
외부인이 있어도 똑같아요. 거래처 손님이 와서 차를 가져다 드렸는데 손님한테 "처녀라 남자만 보면 손을 떱니다"라고 했죠. 초면인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모멸감과 수치심에 손님이 간 후 "그런 말은 좀 아닌 거 같다"고 했습니다. 그때 상사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피식 하고 웃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이러더군요. "남자들이 처음 만났을 때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얘기가 뭔지 아냐? 여자 얘기야. 이런 것도 이해 못하면 사회생활 힘들다."
성차별적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사회생활 잘하는 여자들은 담배 못 피워도 남자들 속에 서서 연기 마시면서 대화한다." "남자들이 음담패설하면 여자가 더 심하게 얘기하면 돼." "여자들은 남자 기분 좋게 하면 되는 거야." 제가 들었던 말들입니다.
다른 직원들은 방관하거나 더하거나 둘 중 하납니다. 이 상사가 대뜸 웃으면서 "네 뱃살은 무슨 맛일지 궁금하다"라고 하니 옆에 있던 다른 상사가 손가락으로 제 아랫배를 쿡 찔렀어요. 회사 마당에서 벤치에 앉아 있던 현장 직원들이 지나가는 저한테 "남자친구랑 모텔 가봤냐?"라고 물어본 적도 있었고, 또 다른 상관은 커피 타는 법을 알려준다며 손을 잡거나 일부러 엉덩이 쪽을 스치며 지나가는 사람이었죠.
가랑비 옷 젖듯 무기력에 빠지다
항의하면 바보 취급했어요. 예민한 사람이라고 몰아세우고, 오히려 제가 이상한 거라고 했어요. 신입직원한테 저를 이혼한 사람이라고 거짓말하길래 "명예훼손으로 신고해야겠어요"라고 하니까 웃으면서 "신고해. 콩밥 한 번 먹어보자"라고 하던 분도 있었죠. 식사자리였는데, 옆에 있던 직원들은 뭘 한지 아세요? 눈길도 안 주고 밥만 먹었어요.
제 인격은 그렇게 죽어간 것 같아요. '그래, 일 잘하면 인정받을 거야'라고 생각해 보려고도 하고, 내가 상처 안 받으면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했습니다만 전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가 제 몸에 바늘을 한 개씩 꽂았는데 온몸이 고슴도치처럼 바늘투성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한 명의 직원이 아니라 성적 대상, 가십거리, 감정 쓰레기통이 된 현실이 절 아프게 했어요.
존재가 철저히 무시된 투명인간
결국 사장님을 찾아가 그동안 당한 일을 말했더니 "지나간 일은 덮어두고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면 말해라"가 끝이었습니다. 왜 더 세게 항의하지 않았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장 보고 후 바로 보복이 시작됐고 전 더 움츠러들고 말았습니다.
가장 많은 가해 행위를 했던 상사는 직접 지시해야 하는 일을 다른 사람 통해 전달해 제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만들고 나서 그 핑계로 아예 업무에서 절 빼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철저히 배제시켰죠.
그 상사는 손님 대접용 차를 가지러 가는 남자 신입직원 손에 들려 있던 쟁반을 휙 뺏더니 저한테 들이밀었습니다. 원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디자인을 시키기도 했어요. 그렇게 회사에서 전 손님 차를 타는 사람, 택배 부치는 사람, 복사하는 사람이 됐죠. 제 자신이 무능력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괴로웠어요. 업무 면에선 그냥 투명인간이 된 거죠. 하루는 제가 사무실에 있는 걸 뻔히 아는 직원들이 나가면서 밖에서 문을 잠그는 바람에 갇힌 적도 있어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공포였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오늘도 전 출근을 하고 있네요. 신입일 땐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 후엔 잘릴까 봐 그냥 투명인간 상태로 남은 것 같아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 그 상사는 "권력을 어떻게 쓰는지 아냐. 다른 사람이 다 반대했는데도 내가 널 뽑은 거야"라고 압박했어요. 이 사람은 회사에서도 능력자로 인정받고 제 인사권도 쥐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문과계열에서 진로를 트는 바람에 늦은 나이에 어렵게 취직했습니다. 이 회사가 동종업계에선 연봉이 꽤 높은 수준이란 점도 제 발목을 잡네요. 새 직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대로 지내야 할까요?
A씨(40대 여성·제조업 사무직)
http://naver.me/GTg9qx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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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사회생활 잘하는 여자들은 담배 못 피워도 남자들 속에 서서 연기 마시면서 대화한다." "남자들이 음담패설하면 여자가 더 심하게 얘기하면 돼." "여자들은 남자 기분 좋게 하면 되는 거야." 제가 들었던 말들입니다.
다른 직원들은 방관하거나 더하거나 둘 중 하납니다. 이 상사가 대뜸 웃으면서 "네 뱃살은 무슨 맛일지 궁금하다"라고 하니 옆에 있던 다른 상사가 손가락으로 제 아랫배를 쿡 찔렀어요. 회사 마당에서 벤치에 앉아 있던 현장 직원들이 지나가는 저한테 "남자친구랑 모텔 가봤냐?"라고 물어본 적도 있었고, 또 다른 상관은 커피 타는 법을 알려준다며 손을 잡거나 일부러 엉덩이 쪽을 스치며 지나가는 사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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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격은 그렇게 죽어간 것 같아요. '그래, 일 잘하면 인정받을 거야'라고 생각해 보려고도 하고, 내가 상처 안 받으면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했습니다만 전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가 제 몸에 바늘을 한 개씩 꽂았는데 온몸이 고슴도치처럼 바늘투성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한 명의 직원이 아니라 성적 대상, 가십거리, 감정 쓰레기통이 된 현실이 절 아프게 했어요.
존재가 철저히 무시된 투명인간
결국 사장님을 찾아가 그동안 당한 일을 말했더니 "지나간 일은 덮어두고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면 말해라"가 끝이었습니다. 왜 더 세게 항의하지 않았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장 보고 후 바로 보복이 시작됐고 전 더 움츠러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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