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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조직이 이용한 건물 및 감시초소로 의심되는 곳들. 철조망 또는 예리한 금속 조각이 붙은 철선이 3중으로 쳐져 있는 사기 시설의 높은 벽 뒤로 쇠창살이 설치된 창문들이 보인다. 사진 국제 앰네스티 보고서


“정부 대응은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이미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조직 70%는 캄보디아를 떠난 걸로 압니다.”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수사기관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숨진 대학생의 영상 등 캄보디아 범죄조직 관련 증거들을 온라인에 처음으로 공개한 당사자는 정부와 수사기관의 대응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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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W 주식
천마 “살해 협박 시달리며 채널 운영”
최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범죄는 수 개월 전 온라인을 통해 처음 알려져 번져나갔다. 그 중심에는 텔레그램 ‘범죄와의 전쟁2’ 채널이 있다. 이 채널은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성매매 등을 저지른 범죄 의심자들의 실명과 사진은 물론 여권 사본, 주거지 등무료머니릴게임
신상 정보를 ‘폭로’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천마'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중국 국적 남성의 여권 사진. 이 남성은 최근 캄보디아 수사당국에 체포된 중국인 3명과는 다른 인물이다. 사진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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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북 예천군 출신 대학생 박모(22)씨가 생전에 범죄 조직원들로부터 마약 흡입을 강요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이 채널에 처음 올라왔다. 다수의 제보자들로부터 받은 여러 정보가 폭로 자료로 활용된다.

이 채널의 운영자인 대박파트너스
‘천마’ 황모씨를 14일 대구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3월 공갈 등 혐의로 기소돼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3차 공판을 마친 직후 천마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에 이런 범죄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수사기관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고 싶었다”며 “‘정의 구현’ 같은 거창한 뜻이 아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증권공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저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이런 범죄들이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에 활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여 전부터 이런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살해 협박과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위험이 무서웠다면 애초에 이런 활동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의 고문에 의해 숨진 경북 출신 대학생 추정 모습. 사진 텔레그램 '범죄와의 전쟁2' 채널 캡처


그는 텔레그램 채널에 계속해서 관련 증거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박씨를 고문해 숨지게 한 것으로 추정되는 당사자와 통화를 한 내용이나 박씨가 구타를 당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천마는 정부와 수사기관에 대응에 답답해 했다. 그는 “사건 초기부터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범죄와 관련한 정보 일체를 제공하고 적극 협력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며 “범죄자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알려줘도 늑장을 부리다 놓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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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공했지만 수사기관이 늑장”
그는 박씨를 직접 고문·살해한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고 했다. 천마는 “박씨를 살해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그 증거도 갖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중국인 3명은 단순히 박씨를 차량으로 옮기기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씨를 살해한 것은 2년 전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가담한 중국인 리모(34)씨”라고 지목했다.





지난 11일 캄보디아 AK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이 살인과 사기 혐의로 A씨 등 30에서 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8월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리씨는 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음료 사건의 유통 총책으로 알려져 있다. 천마는 “박씨에게 마약 투약을 강요하고 박씨를 고문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도 리씨”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적극 응했던 천마는 최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협조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모든 증거와 자료를 넘겼을 때 빠르게 수사를 하고 검거를 했어야 했다”면서 “물론 필요한 절차가 있겠지만 긴급체포 등 신속한 대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천마는 “더는 수사에 협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범죄를 막기 위한 역할을 하면 된다”고 했다.
항간에 자신을 두고 ‘자경단’이라는 표현을 쓰고 ‘사적 제재’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불쾌함을 드러냈다. 천마는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해 범죄를 막으려고 노력했다”며 “음주운전 차량을 촬영해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수사기관에서 감사장을 주는데 한국인이 외국에 납치·감금돼 고문받고 살해당하는 일을 제보한 것은 ‘사적 제재’가 아니라 ‘공익 제보’이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지난 13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에게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관련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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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제재’ 지적 유감…‘공익제보’다”
또 ‘천마라는 존재가 갑자기 등장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의심스럽다’고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범죄와의 전쟁2’ 채널은 2년여 전부터 꾸준히 활동을 해 왔고 그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언론에서조차 알지 못하는 정보들을 제보 받는 것”이라며 “제가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한 대포통장 수만 4만 개가 넘는다. 그만큼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는 데 기여한 것 아닌가. 갑자기 등장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천마는 “정부가 이제야 급하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서고 현지에 수사인력을 급파했다고 하는데 너무 늦었다. 이 사건이 이슈가 되니까 움직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수사기관 종사자들은 단순히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범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범죄 예방 프로세스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이영근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