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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바다이야기 ㈉ 바다이야기 도박 ㈉㎠ 42.ruy174.top ±진성훈 국제부 부국장


(서울=뉴스1) 진성훈 국제부 부국장 = 교황 같은 분이 선종하시기라도 하면 편집국에는, 특히 담당인 국제부는 미친 듯이 기사를 쏟아내야 한다. 간혹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설명 안되는 속도로 동일한 기자의 기사들이 한꺼번에 나가기도 하는데, 당연히 미리 준비한 기사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편집국의 여러 부서에서 이렇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임박한 사건을 대비해 기사들을 준비해 두곤 한다. 20세기 시절엔 미리 써둔 기사들을 출력해 각각 '○○○' 표시를 한 누런 서류봉투마다 소중히 모아두기도 했다. 아마도 베를린 장벽 붕괴나 인류의 첫 달 착륙 같은 인류사의 대사건이 다가오던 순간에도 국내외 언론사 책상에선 주택종합저축 타이프라이터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을 것이다.
앞서간 그들의 대사건과 경쟁해보려는 듯 한번씩 어린애처럼 떠올려 보는 상상이 있다. 외계 문명의 방문(혹은 침략)이다. 미리 준비할 시간이 주어질지조차 알 수 없는데도, 직업병처럼 한껏 진지해진다. 자, 무슨 기사를 써야 하지?
"그들은 왜 왔는가, 평화인가 정복인가" 가 주택담보대출조건 장 궁금해할 질문은 공들여 다뤄야 한다.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문명이라면 지구인의 생사 여탈권은 이미 그들에게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은, 독자들이 절망한다 해도 들려주는 게 맞다. "지구 협상단 대표는 유엔인가 미국인가" 류의 기사도 있겠다. 출판 담당 기자는 '외계인 침공시 시(詩) 안 읽는 사람이 먼저 잡아먹힌다'는 예언적 담론을 제시했던 '포엠매거진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계산 '을 찾아가보면 좋겠다.
그 중에서도 꼭 쓰고 싶은 기사는 "세계 지도자들, 모든 전쟁 중단 선언" 같은 소식이다. 지구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인데, 다 부질없지 않은가.
(이어지는 내용에는 영화 '컨택트'(Arrival)와 '삼체' 등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합심해야 합니다. 임야대출이자 사랑하는 이들을 꼭 안아주세요. 피난처가 필요한 낯선 이들도 안아주세요." 미국 대통령(애플TV 작품이다)은 외계인 침공을 알리며 이렇게 호소했다(인베이션 中). 반대로 외계인이 지구에 평화를 설파하기도 한다. 다리 일곱 달린 외계인은 지구 12곳에 출현해 시간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나누어 전달해 각국의 협력을 유도한다(컨택트 中).
기업은행 햇살론 참혹한 전쟁 보도를 매일 접하다 보니 엉뚱하게 영화를 빌려서라도 실없는 꿈을 꾸고 싶어진다. 3년 6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군 사상자가 100만명, 이 중 전사자가 최대 25만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최대 10만명의 전사자를 포함해 40만명이 죽거나 다쳤다(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6월 초 보고서). 민간인 피해는 뺀 수치다.
가자지구도 통곡이 멈추지 않는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조직원들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공격해 민간인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끌고 가자,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시작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7월 말 가자전쟁 사망자가 6만명을 넘었으며, 부상자는 14만여명이라고 밝혔다(이스라엘은 하마스 테러범만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런 숫자를 믿지 않는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은 약 200만명이다.
그뿐인가. 과도정부가 힘겹게 재건 중인 시리아 내 소수민족 분쟁, 핵개발 충돌에 '12일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이란, 최근에도 교전을 벌인 인도-파키스탄 및 태국-캄보디아, 내전이 일상인 아프리카 곳곳까지 지구엔 화약 냄새가 자욱하다. 잔인한 인류에 절망해 외계문명에 '지구 청소'를 요청했던 물리학자 예원제(삼체 中)가 실재했다면 "역시 내가 옳았다" 중얼거렸을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드디어 이번주 15일 직접 만나 전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한다. 당사자이자 최대 피해국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참석은 아직 불투명하고, 결과를 놓고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쟁을 최후의 수단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유용한 무기로 믿는 푸틴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휴전 합의는 언제고 깨질 말장난일 수 있다.
'컨택트'에서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는 강경하게 외계인 공격을 주장한 중국 샹 장군에게 누구도 모를 아내의 유언(자막 없이 중국어로만 작게 들린다)을 들려주며 장군의 마음을 돌려세우고 세계의 협력을 완성한다. "전쟁은 영웅을 낳지 않는다. 다만 과부와 고아만을 남길 뿐이다." 세상의 모든 '푸틴들'과 '네타냐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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