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본] 인테리어뉴스

이중섭 '소와 아동'. 케이옥션


미술 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컬렉터들이 역사적 가치가 검증된 거장 작품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40대 이하 젊은 작가들이 주도하는 초현대미술(울트라 컨템퍼러리 아트)은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옥션이 지난달 개최한 메이저 경매에서 이중섭의 '소와 아이'가 35억2000만원에, 박수근의 '산'이 12억원에 낙찰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경매에서 10억원 이상 작품이 단 한 점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컬렉터들이 검증된 거장의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2021~2022년에는 구사마 야요이, 마르크 주식투자하기
샤갈 등 해외 작가 중심의 고가 낙찰이 많았지만 올해는 이우환, 김환기, 김창열, 박서보 등 국내 작가 작품의 고가 낙찰 비중이 확연히 늘었다.



김창열 '물방울 ABS Nº 1'. 케이옥션


올해 상반기 서울옥션 경매뱅키스스마트폰
에서 이우환의 300호 크기 대작 '다이얼로그'(2019년)가 16억원에 낙찰됐다. 화면 중앙에는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옅어지는 푸른색 점이 놓여 있다. 이 작품은 여백과 색채의 긴장을 통해 존재와 비존재,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절제된 붓질을 통해 만남과 대화를 시각화했고, 동양적 사유와 서구 추상회화의 언어를 결합했다. 이우환은야마토게임동영상
1970년대부터 베니스비엔날레와 파리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등에 초청받으며 국제 무대에서 활약했다. 평면 회화뿐 아니라 '관계항' 연작 등 설치와 조각 작업을 통해 동양적 사유와 서구적 추상 언어를 접목한 점이 높게 평가된다.
김창열의 '물방울 ABS Nº 1'은 지난 3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낙찰가 8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화면 상주식그래프보는법
단을 가득 메운 수백 개의 투명한 물방울은 생생한 빛과 그림자를 머금은 듯 표현돼 있다. 물방울은 투명하고 빛나지만 곧 증발해 사라지는 존재다. 이는 인생의 유한성과 무로 돌아가는 삶의 본질을 은유한다.
김창열은 물방울에 대해 "가장 가볍고 아무것도 아니고 무(無)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 상흔 때문에 나온 눈물"이라며 "그것보다 진한 액체종합주가
는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물방울 그리기는 그에게 전쟁과 상실의 기억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은 그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며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김환기의 '무제'는 지난 1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작가가 미국 뉴욕에 머물던 시절에 제작된 이 작품은 푸른색을 중심으로 한 점과 선, 면이 화면을 채운다. 짙은 남색 바탕 위에 원형의 푸른 점과 다채로운 색띠가 배치돼 있다. '무제'는 김환기 작품이 후기 전면 점화로 나아가기 전 과도기의 특징을 보여준다. 서울과 파리에서 반추상 작업을 하던 김환기는 1963년 뉴욕에 건너가 무수한 점을 반복해서 찍는 점화에 몰두했다. 그의 전면 점화는 한국적 정서를 단순화하고 추상화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김환기 '무제'(1969). 케이옥션


지난달 23일 열린 서울옥션 오프라인 경매에서도 이우환의 '다이얼로그'(2007~2014년·8억5000만원), 박서보의 '묘법 No.080420'(2008년·4억7000만원), 이우환의 '선으로부터(From Line)'(1980년·3억6000만원) 순으로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같은 달 케이옥션 메이저 경매에서는 김환기의 'Ⅶ-66'이 3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거장 작품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는 컬렉터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들 작가가 국내외 주요 미술 무대에서 활약하며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초현대미술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다. 2021년 젊은 컬렉터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1974년생 이후 작가들의 초현대미술품이 미술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래와 낙찰 건수가 크게 줄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트바젤과 UBS에 따르면 지난해 초현대미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3% 감소한 1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호황기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경매 시장 내 초현대미술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1년 정점(34%)에서 2024년 23%로 하락했다. 활황기였던 3~4년 전과 달리 현재는 미술품 거래가 양극화된 양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린 플리핑(되팔기) 열풍이 사라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측은 "수집가들은 단순한 화제성만으로 고가에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시장 규모도 위축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경매 시장 낙찰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국내에서 낙찰된 작품의 75.7%가 500만원 미만 가격대에 형성돼 있어 중산층 컬렉터 기반이 얇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낙찰률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오프라인 경매 낙찰률은 2021년 상반기 81.4%에서 2022년과 2023년 상반기 각각 79.3%, 67.6%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낙착률은 63.6%로 집계됐다. 고가 시장은 거장 위주로 굳어지고, 중저가 시장은 힘을 잃는 양극화가 심해지고있는 셈이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한국 미술 경매 시장은 2021년 고점을 찍고 매년 20~30%씩 시장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중섭의 걸작 같은 작품은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수요가 있지만, 중간 가격대 작품은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케이옥션의 지난달 메이저 경매에서 이중섭과 박수근 작품 2점의 낙찰가 합계는 47억2000만원으로 전체 낙찰총액 82억5270만원의 과반을 차지했다. 손 이사는 "시장에 활기가 돌기 위해서는 경기가 회복되고 유동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