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직원들이 내년 1월 1일 자로 예정된 조직 개편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농협은행 노동조합은 조직 개편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데, 어떤 협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노조는 최근 결정된 농협은행의 대규모 조직 개편안과 강태영 은행장에 대한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농협은행 본부 노조 조합원 258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1311명이 응답했다. 응답 인원의 74%는 조직 개편안에 반대했고 19%만 찬성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연합뉴스
조직 개편안에 대한 주요 반대 사유는 부서 간 협의 부족 및 요구 사항 미반영(32%)이었다. 이어 ▲불확실한 경영 환경 내 무리한 조직 개편(28%) ▲조직 개편안의 준비 부족(20%) 등이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에는 올해 초 취임한 강 행장의 경영 평가를 직원들이 받
는 인사 고과 방식으로 응답해달라는 문항도 있었다. ‘보통’이란 대답이 32%로 가장 많았고 최하 등급인 불량(31%)과 미흡(28%)이 뒤를 이었다. 긍정적인 평가인 ‘우수’와 ‘탁월’ 등급은 총 9%였다. 평가에서 불량 등급을 받는 직원은 성과급을 적게 받고 승진 때 불이익을 받는다.
농협은행은 내년 1월 1일 자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중앙본부 사업 부서 63곳 중 절반인 32곳의 업무를 변경하고, 16개 조직을 폐쇄하거나 격하할 예정이다. 기존 수도권 심사 센터 3곳은 모두 폐지해 여신심사부로 통합하고, 경남의 여신관리본부 3곳은 통합한다.
NH농협은행./뉴스1
농협은행은 이재명 정부가 요구하는 생산적 금융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기업고객부를 기업성장지원부로, 기업상품개발국을 생산적금융국으로 변경한다. 이사회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독립 기구로 직속 사무국을 둔다.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위해 기존 블록체인팀을 디지털자산팀으로 확대하고, 런던지점에 IB데스크를 신설
한다.
노조는 외부 시선을 의식한 일방적 개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조직 개편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사안인데, 은행 측은 공청회 하루 전날인 29일 오후에서야 통보했다”며 “일반 계약직 폐지 방침은 노조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인데, 이 역시 일방적으로 추진됐다. 중장기적인 안목 없이 졸속으로 조직을 뜯어고치는 것은 구성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성명을 냈다.
농협은행 측은 ▲유사·중복 업무 통합 ▲디지털 플랫폼 조직 재편 ▲기업금융 활성화 전담 조직 신설 ▲외환 마케팅 조직 강화 등을 목표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조직 개편안은 관련 의견 수렴 및 공청회 등을 통해 수립됐다. 이후에도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 의결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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