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왔다. 추위에 코가 약간 시큰하고 아침저녁으로 으슬으슬해 살이 살짝 떨리는 때가 오면 나는 마당에 두었던 식물 일부를 집 안에 들일 준비를 한다. 대체로 야외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위주로 키우려 하지만 나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어쩔 수 없이 겨울에는 집 안으로 들여야 하는 식물이 몇 있다. 오래된 한옥인 이 집이 따뜻한 편이 아니어서 매년 추운 겨울을 함께 잘 버텨보자며 옹기종기 모이곤 한다. 결국 매서운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열대식물을 보며 ‘다시는 따뜻한 곳이 고향인 친구들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올봄인데, 열대기후에서 사는 식물 식구가 또 늘어버렸다.
바다이야기게임방법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베고니아와 제라늄은 지난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버렸다. ⓒ백수혜 제공
조만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 예보를 확인하면서 화분을 언제 집 안으로 들여야 할지 생활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동반자와 일정을 조율하던 중 분갈이 생각이 났다. 야외에서는 수분 손실이 적어 관리가 수월한 유약이 발린 도자기나 플라스틱 화분에서 잘 살지만, 실내에서는 비교적 통풍이 잘 되는 토분 종류의 화분에서 더 잘 살기 때문이다. 이때 식물의 상태도 함께 살피며 식물들이 써준 올해 성적표를 받는다.
지
오션릴게임 지난해 봄에 데려온 트리안은 멋진 머리숱을 뽐내다 어느 순간 잎을 우수수 다 떨구고 가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분을 엎어 뿌리를 확인해 보니 죽은 게 틀림없다. 트리안이 내게 준 성적표는 낙제점. 이번엔 알로카시아다. 2021년 여름, 처음 구조활동을 시작하게 해준 알로카시아. 컵 받침만큼 작았던 친구가 올해는 꽃도 보여주고, 뿌리 부분을 확인해 보니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자구도 여럿 생겼다. 새로운 뿌리에서 자란 새잎은 얼마나 싱그러운지! 올해 알로카시아가 준 성적은 A+. 씨앗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천장을 노크하는 레몬 나무. 뿌리가 화분을 뚫을 기세로 잘 자라는 걸 보니, 가지치기를 엉망으로 한 탓에 우스운 수형이 된 것을 참작해도 이 정도면 A.
아직 끝이
한국릴게임 아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죽인 식물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부끄럽게도 사실은 나에게 낙제점을 준 식물이 더 있다. 씨앗을 심어두었는데 아예 발아하지 않은 것도 있고, 자꾸 까먹고 물을 많이 줘서 죽은 선인장, 물을 너무 가득 채워줘서 수경으로 크던 식물이 녹아 죽어버린 일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식물을 키워도 되나, ‘키운’ 식물이 아니라 ‘살아남은’ 식물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추워진 날씨에도 몇몇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잘 버텨주고 있다. ⓒ백수혜 제공
2025년 식물 성적표를 보며 기준을 다시금 세운다. 식물과 함께 잘 살고 있었는지, 올 한 해 나는 식물에 관심을 두고 잘 돌볼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대체로 한데서 잘 자라는 식물이 나와 잘 맞고, 물을 자주 주지 않는 식물이 요즘엔 더 잘 맞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밥벌이에 치여 나 하나 추스르기도 정신없는 와중에 스스로 알아서 잘 지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내가 살아야 식물도 잘 산다는 걸 상기하며 너무 자책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조금 여유가 생긴 하루, 싱그러운 식물을 보면 어느새 이렇게 잘 자랐는지 놀랍다. 틈틈이 물을 챙겨준 정도였지 짬을 내어 관심을 가지고 차분히 잘 살펴봐줄 새도 없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모습에 내가 요즘 다른 것에 마음을 둘 여유가 없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쏟을 수 있는 빈틈을 만드는 것이 결국은 나 자신도 돌보고 뒤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식물 또한 나를 돌보는 듯하다. 자연을 느끼고 싶지만 멀리 산이나 바다, 아니 가까운 집 앞 공원에 가기에도 시간과 마음이 여유롭지 않을 때 같이 사는 식물을 잠시라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덜렁대는 내 성격에 비해 욕심껏 많은 식물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장학금 받을 만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날은 보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오늘도 최선을 다해 서로를 돌본다.
백수혜 (‘공덕동 식물유치원’ 원장)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