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과 단풍·향기로운 국화·넘실대는 억새, 보기만 해도 힐링
달콤한 단감·계절 익히는 사과·붉은 유혹 산수유, 먹기만 해도 행복
가을은 자연이 가장 깊은숨을 내쉬는 계절이다. 가을은 느리게 와서 조용히 머물다가 쏜살같이 달아나서 늘 아쉬움이 남는다. 올가을은 좀체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를 가을장마가 밀어냈다. 메마른 농심이 젖었고 서둘러 빈약한 과실들의 뱃살이 차올랐다. 봄부터 스케치한 그림의 마무리는 온전히 가을의 몫이었다. 지천이 그림이고 사방이 갤러리다. 이번 전원산책은 자연이 혼신을 다해 빚고 가을이 완
야마토연타 성해서 선사하는 기적 같은 선물 보따리를 풀어봤다. 결실과 수확의 계절, 무르익는 가을이 전해주는 감동적인 걸작들을 만나보자.
푸르른 가을 하늘과 단풍./김시탁
바다이야기합법 시인/
푸르른 가을 하늘과 단풍./김시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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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지상의 별 단감
천상에 세상을 비추는 반짝이는 별이 있다면 지상에는 은은하게 빛을 뿜는 단
뽀빠이릴게임 감이란 별이 있다. 파란 이파리 사이로 뱃살을 채운 감들이 노랗게 자태를 뽐내면 세상이 온화해지는 느낌이다. 이 별들의 빛은 수확기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억새
손오공릴게임예시 너머 감나무 과수원./김시탁 시인/
억새 너머 감나무 과수원./김시탁 시인/
단감은 매년 수확철이 되면 일손이 부족하다. 시기를 놓치면 서리를 맞아 동해를 입기 때문에 적기에 수확을 마쳐야 하니 농부들 가슴이 탄다. 다행히 요즘은 소비자가 직접 과수원에서 단감을 따서 구입해 가는 경우가 있다. 수확자는 일손을 들어서 좋고 소비자는 직접 싱싱한 단감을 골라 따서 구입하니 일거양득이다. 더구나 아이들을 동반하면 온 가족이 농촌 체험활동으로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수확철엔 감나무 과수원이 사람들로 붐빈다. 단풍처럼 울긋불긋 사람들의 얼굴도 발갛게 상기된다. 주름진 농부의 얼굴도 그 순간은 환하게 펴진다.
향기로 가득한 국화꽃./김시탁 시인/
향기로 가득한 국화꽃./김시탁 시인/
◇남쪽지방에 선사하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사랑
창원 단감은 외관이 곱고 광택이 좋아 다른 지역의 단감에 비해 당도 높은 맛과 품질면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빠르게는 9월부터 생산되어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태추 단감을 비롯하여 매년 10월부터 11월에 걸쳐 절정의 수확기를 맞는다. 단감은 창원의 대표 농산물로 전국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단감은 나무 밑에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건강해진다고 할 만큼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피부미용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으며, 감꽃과 어린잎으로 끓인 차는 맛이 담백하고 감미로워 음용차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단감을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고 꺼리는데, 변비는 덜 익은 감에 많이 들어 있는 수용성 타닌이 대장에서 수분 흡수율을 증가시켜 발생하므로 덜 익은 떫은 감을 먹지 않는 한 변비에 걸릴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단감은 자연이 남쪽지방에만 선사하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특별한 사랑이다.
감미로운 맛이 일품인 단감./김시탁 시인/
감미로운 맛이 일품인 단감./김시탁 시인/
◇붉은 열매로 계절을 익히는 사과밭
아침 햇살이 낮게 내려앉는 사과밭에는 한 해의 시간이 붉게 물들고 있다. 먼 산은 안개에 잠기고 들판엔 이슬이 촉촉하지만 사과나무는 말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붉은 열매로 계절을 익힌다. 그 둥근 빛깔 하나하나에는 바람의 흔적과 비의 기억 그리고 정성 어린 사람의 손길이 묻어 있다. 농부는 오래된 손으로 사과를 하나씩 따 담을 것이다. 그 손끝엔 햇볕이 묻고 손바닥엔 세월의 주름이 고요히 겹친다. 그의 눈빛은 사과보다 맑고 그의 마음은 흙보다 따뜻하다. 사과밭을 맨발로 걸어와 가지를 슬며시 흔드는 바람은 부드럽고 조용해서 그리운 사람의 안부를 전해주는 듯하다. 그 바람 속엔 한 해의 노고와 감사의 숨결이 섞여 있다. 사과들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면 마치 가지마다 매단 붉은 등불이 흔들리는 듯하다. 그 등불이 바람에 흔들리면 고른 발색을 위해 바닥에 깔아놓은 은박지에서 반사된 그림자가 둥글게 춤을 춘다. 사과밭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달콤한 향기가 공기 속에 폐 깊숙이 스며들어 숨을 쉴 때마다 마음까지 달아오른다. 당도 높은 시간을 베어 먹고 나서 해가 지면 사과밭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수확기에 접어든 사과나무의 사과./김시탁 시인/
수확기에 접어든 사과나무의 사과./김시탁 시인/
◇밀양의 얼음골 명품 사과 부사(富士)
밀양의 산자락 깊은 곳 차가운 바람이 여름에도 얼음을 품고 있는 마을이 있다. 차가움과 따스함이 만나는 자리 그 절묘한 자연의 균형이 그곳 사과를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달게 만드는데 바로 명품으로 소문난 얼음골 사과 부사(富士)다.
부사는 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후지라고 하는 품종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색깔이 붉고 단단한 껍질에 광택이 나며 맛은 약간의 산미가 있으나 당도가 높아 매우 달다. 과즙이 많고 아삭해서 식감도 좋고 장기간 보관해도 맛이 잘 유지된다. 주로 10월 하순부터 시작하여 11월 중순까지 수확하니 겨울철 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과일이다. 밀양에서 생산되는 사과라고 모두 얼음골 사과는 아니다. 밀양시 산내면 일대 얼음골 지역에서 생산하여 밀양시로부터 품질 인증 마크를 부여받은 것만 진짜 얼음골 사과로 취급된다. 그러니 물량에 한정이 있어 얼음골사과 부사는 일반 부사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다. 해마다 얼음골 사과 수확철이 되면 사과 축제가 열리는데 현지에서 구입하면 얼음골의 명품 사과를 맛볼 수 있다.
밀양 사과밭에서 농부들이 수확을 하고 있다./김시탁 시인/
밀양 사과밭에서 농부들이 수확을 하고 있다./김시탁 시인/
◇얼음골에서 열리는 사과 축제
얼음골 사과 축제는 사과의 수확과 착색 시기에 맞추어 11월 초순에 열리는데 주로 부스를 설치해서 사과를 판매하는 목적으로 열린다. 축제장 부스마다 얼음골에서 생산한 사과를 등급별로 널어놓고 손님에게 직접 판매하는데 따로 시식 코너도 있다. 시식 코너엔 닭 모이처럼 작게 썰어놓은 사과 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은 닭이 부리로 모이를 쫓듯 부리 대신 이쑤시개로 사과 살을 정확히 찍어 먹었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니 사과 몇 개를 잘라 놓아도 금세 바닥이 났다. 시식을 마친 사람들은 그 달콤함에 유혹되어 사과를 구입해 돌아가고 사정이 여의치 않는 사람들은 요지만 들고 시식 코너를 맴돌았다. 주문량이 많아 박스에 테이프를 붙이는 주인은 정신줄 놓고도 입이 귀에 걸렸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축제기간에 축제장을 찾았는데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축제장 무대에서 트로트 가수가 ‘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어때서’를 반복하며 묻지도 않은 제 나이가 어떠냐고 목청을 올렸다. 축제의 규모에 비해 사람들이 많았다. 관광버스에서 쏟아진 단체 손님들도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사과는 인체에 매우 좋은 성분을 풍부하게 가진 과일이다. 심혈관이나 장내 환경개선, 체중관리, 황산화, 면역성 강화, 혈당조절 등에도 효과가 있어 사과 한 알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할 만큼 건강식품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므로 예전부터 사과를 먹어야 미인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필자는 축제장을 빠져나올 때 구입한 사과박스를 운행 중에 뜯었다. 박스 안에는 꼭 야구공만 한 크기의 사과가 들어 있었다. 그중 한 개를 꺼내 껍질째 깨물었더니 툭하고 과즙이 튀며 단맛이 단숨에 입안을 가득 채웠다.
창원 동읍 죽동천 둑방에서 마주한 산수유 열매./김시탁 시인/
창원 동읍 죽동천 둑방에서 마주한 산수유 열매./김시탁 시인/
◇붉은 구슬 같은 매혹의 산수유 열매
수변공원이 있는 창원 북면의 낙동강변도로와 동읍의 죽동천 둑방 진산대로 515번 길은 가로수가 모두 산수유나무다. 덕분에 해마다 꽃구경도 하고 산수유가 익으면 열매를 따오기도 한다. 산수유는 열매가 완전히 발갛게 익었을 때 따서 씨를 빼고 말려 한약재로도 쓰고 차를 끓여 마시거나 술을 담가 복용해도 좋다. 약용가치로 신장과 간기능 강화는 물론 피로 해소와 허리 무릎 통증 완화에도 효력이 있다고 한다. 잦은 소변이나 냉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해마다 한 해 먹을 산수유 열매를 직접 따서 복용한다. 약간 신맛을 내기 때문에 둥굴레와 섞어 끓이면 구수하다. 일일이 씨를 빼는 일이 좀 번거로우나 그 일에 집중하면 잡념도 뽑힌다. 필자는 북면 강변도로보다는 죽동천 산수유를 더 선호한다. 둑방 길은 차량 통행으로 인한 공해가 적고 키 작은 나무가 총총하며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붉은 매혹의 산수유./김시탁 시인/
붉은 매혹의 산수유./김시탁 시인/
산수유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며 작은 꽃들이 공 모양으로 무리 지어 핀다. 봄에는 노란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를 맺는다. 나무는 낙엽성 소교목으로 5m 정도까지 자란다. 산수유는 열매를 따지 않으면 열매가 달린 채 꽃이 핀다.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면 산수유나무에 매달린 빨간 열매는 구슬처럼 빛난다. 이파리 하나 없는 가지에 빨간 상처처럼 매달린 산수유 열매는 겨울을 견딘 시간만큼 붉어 오래된 사랑을 데워온 체온 같다.
◇산새들의 붉은 유혹 꾸지뽕
꾸지뽕./김시탁 시인/
꾸지뽕./김시탁 시인/
10월 하순부터 11월에 걸쳐 수확하는 꾸지뽕은 적기에 수확을 마치지 않으면 새들에게 잔칫상을 차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발갛게 잘 익은 꾸지뽕 열매를 산새들이 먼저 시식하기 때문에 나무에 그물을 치지 않는 한 남아나지 않는다. 수확한 꾸지뽕은 금방 물러지기 때문에 바로 조치를 해야 한다. 복용방법으로는 줄기는 주로 물을 끓여 먹고 열매는 생으로 먹거나 갈아서 먹는다. 잼이나 효소를 담아 복용해도 좋고 요리할 때 열매를 넣으면 비린내가 제거된다. 꾸지뽕의 효능으로는 생리통 및 부인과 질환에 도움이 되고 혈액순환이나 당뇨 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뜻한 성질의 꾸지뽕은 대장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변비 해소 이뇨작용에도 도움을 준다. 필자는 마금산 온천 근처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교우의 가족농장에 가끔 들른다. 그곳에는 다양한 약초와 과실 그리고 볼거리가 있는 정원이 있어 차 한잔 하기에는 아주 좋다. 가족 농장을 오르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보초병처럼 꾸지뽕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마음씨 좋은 주인장이 해마다 수확한 열매를 지인들에게 나누어주는데 덕택에 필자도 꾸지뽕 맛을 본다. 며칠 전에 얻어온 꾸지뽕 열매는 생으로 먹다가 술도 담갔다. 열매를 끓인 물을 마시면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우선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좋다. 넓고 푸른 이파리 사이로 알사탕 같은 꾸지뽕 열매를 보면 입안에 군침이 절로 고인다. 가을이 파란 포장지로 정성 들여 싸주는 소중하고 고마운 선물 같다.
◇당도 높은 시간은 베어 먹을수록 행복
여름의 방관하에 겨울에 도둑맞는 듯한 가을은 너무 빨리 가버려서 얼른 즐기지 않으면 놓친다. 가을을 만끽하는 방법은 밖에서 대체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어디를 가도, 누구와 만나도 무엇을 보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당도한 가을과 한통속이 되어 즐기면 된다. 국화는 향기에 취하고 억새는 몸짓에 반하고 과실은 영혼까지 달게 해서 배불린다. 당도 높은 시간은 베어 먹을수록 즐겁고 행복하다. (시인)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