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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내용이 도서관이 관계라니요? 다 방에서 안내하며나종호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살예방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은 다른 선진국에 견줘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199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이 16.9명인데 한국은 8.6명에 그쳤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전후로 한국의 자살률은 가파르게 올랐고 상황은 금세 역전됐다. 2003년 이후로 한국은 단 한번도 ‘자살률 1위’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사회가 발달하고 파 신한은행국민주택기금대출 편화될수록 사람들이 정신건강에 취약하고 자살률이 높아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오이시디 국가 중 최근 10년간 자살률이 증가한 곳은 우리나라랑 미국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오이시디 회원국의 자살률은 차츰 떨어져 10.7명(OECD 보건통계 2024)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한국의 자살률은 24.8명(국내 기준으로는 2023년 27.3명)에 달한 시중금리 다. 미국도 자살률이 14.7명(2021년)으로 한국보다는 훨씬 낮고 증가폭도 우리만큼 크지는 않다. 나 교수는 이런 현실이 “우리나라가 자살예방 정책을 한번도 제대로 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했다. 나 교수는 2023년 1월 티브이엔(tvN)의 ‘유퀴즈온더블럭’ 출연을 계기로 ‘자살예방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고립된 은행모기지론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2년 마치 ‘사람 도서관’처럼 환자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이라는 책을 냈다. 이어 지난해엔 스스로 불안장애를 겪었던 경험을 진솔하게 담은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으로 독자들과 만났다. 최근 퇴직연금사업자 국회에서 열린 자살예방을 위한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나 교수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2023년 1월, tvN의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나종호 예일대 교수. tvN 방송 갈무리. ―이재명 대 카드론 신청 통령이 6월5일 취임 뒤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라는 질문을 던져 화제가 됐다. “대통령이 콕 집어서 자살률을 언급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집권 초기야말로 대통령의 힘이 가장 강력할 때 아닌가. 정말 기대가 크다. 새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주길 바란다.” ―그간 정치권이 관심을 덜 가져왔다는 말로도 들린다. “자살에는 낙인 효과가 따른다. 정책 입안자들이 언급하기를 꺼려 하는 분야다. 죽음 자체에 대해서도 불편해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형태가 아닌가. 유교문화권에 있는 국가들이 유독 그런 것 같다.” ―톱다운 방식이 왜 필요한가? “일본에서도 2006년 아베 총리의 취임 첫해 자살대책기본법이 만들어졌고 ‘누구도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로 가자는 점이 강조됐다. 그 결과로 지난 10여년간 자살률을 30~40% 떨어뜨리는 성과가 있었다. 우리보다 자살률이 훨씬 낮은 노르웨이 정부는 ‘제로 수어사이드(Zero suicide) 비전’을 선포하고 단 한 사람도 자살로 잃을 수 없다는 가치를 부각시켰다. 솔직히 이런 나라들이 부럽다.” ―우리 정부도 관련 정책을 펴왔는데. “맞다. 하지만 좀더 과감해져야 한다. 자살률은 제일 높은데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은 너무 적게 쓴다. 단적으로, 일본은 자살예방 예산이 8300억원(2021년 기준)에 달하는데 한국은 450억원에 불과하다. 국민의 생명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누구나 109번을 누르면 이용할 수 있는 자살예방 상담 전화 인력이 전국적으로 120명에 불과하다. 전담부서도 보건복지부에 자살예방정책‘과’가 있을 뿐이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실에 ‘자살예방수석’을 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오보로 밝혀져 아쉬웠다. 정부가 자살예방청을 설치해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약 24만명인데 한해 자살 사망자가 1만4천명 정도 된다. 저출생 극복에만 공을 들일 때가 아니다.” 나종호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진단해달라. “하루 40명 정도가 숨진다. 미국의 대표적 자살 고위험군은 전역 군인이다. 전쟁에서 끔찍한 트라우마가 새겨진 이들이 많은 탓이다. 한국인 전체 자살률이 이런 특수한 경험을 가진 집단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다.” ―다른 나라도 다 그런 게 아니라 ‘한국적’ 문제로 봐야한다는 건가? “예전에 손흥민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해서 큰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에 해외 네티즌들이 한국을 공격하는 수단이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점이었다. 한국 사회에 큰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이걸 알고 있구나 싶어 매우 놀라웠다.” ―최근 고등학생 3명이 숨져 사회적 충격이 컸다. 특히 10대 자살률이 많이 늘었다. “‘4세·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어린 나이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이렇게 살아온 아이들의 10년 뒤가 어떻게 될지 떠올려보면 섬뜩한 생각이 든다. 학벌 혹은 성공 등에 대해 획일화된 이상적 기준이 존재하고 그런 잣대가 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줄 세우기가 쉬워진다. 끊임없이 비교하는 사회에선 열등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다른 문화권에 비해 한국인에게서 가장 확연히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미국에 사는 분들은 우리와 체감 정도가 다를 것 같다. “가끔 한국에 다니러 오면 거의 매일같이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 교수, 이마가 훤하네” “종호야 탈모약 좀 먹어야겠다” 따위의 말들이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한국은 외모 이야기로 ‘스몰토크’(가벼운 대화)을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미국은 워낙 인종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누가 잘 생겼는지 기준조차 모호한데, 한국에 오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위축될 때가 있다. 오늘도 아침에 드라이를 받고 왔다.(웃음)” ―청소년 자살은 소셜미디어(SNS)와의 연관성도 클 것 같은데. “에스엔에스의 발달이 더 비교하기 쉬운 사회를 만들었다. 특히 타인과의 비교, 비현실적 외모 기준, 온라인 괴롭힘 등이 심해지면서 10대 여학생들의 정신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30초룰’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에게 어떤 지적을 해서 30초 안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면 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빨 사이에 뭔가 끼었다’고 하면 빼면 되지만 ‘살이 많이 쪘다’고 하면 못 바꾸지 않나. 에스엔에스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면 그에 따른 규제도 필요하다.”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결국 다양성의 결여에서 오는 문제가 크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자살률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탈모인이 1천만명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질병 수준으로 여기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머리가 빠져서 심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것을 약점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탈모는 하나의 예를 든 것일 뿐이고 다른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대학을 안 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성적 소수자일 수도 있다.” ―올 초 배우 김새론씨 사망을 두고, ‘우리 사회가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했다. “사람들이 한번 미끄러지면 다시 올라가기 어려운 ‘트레드밀’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적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인민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재기가 힘든 사회는 살아가기 어렵지 않겠나.” ―구체적으로 자살예방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증 우울증 환자의 10% 정도만 치료를 받는다.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으로 보면, 경증을 포함해 전체 우울증 환자의 50~60%가 치료를 받고 있다. 매우 큰 차이다. 자살률을 떨어뜨리는데 직접적 연관이 있는 문제다.” ―중증 우울증은 어떤 상태를 말하나?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데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를 말한다.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워지고 자살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자살 충동이 들면 병원 응급실을 찾도록 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레지던트 시절, 정신과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면 자살 생각이 든 친구를 데려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상태다. 지인의 아내가 죽고 싶다고 해서 응급실을 찾았는데 당장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응급실에 병상 몇개만이라도 확보하고 환자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7년 나종호 교수가 뉴욕대 병원 레지던트 수련 당시 동료들과 함께 한 모습. 본인 제공. ―즉각적인 대처가 중요하다는 뜻인가? “자살 생각은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기도 한다. 충동이 들 때부터 실행에 옮길 때까지가 60분 이내라고 하는데, 단계마다 그 즉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죽을 사람은 어떻게든 죽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한 단계가 막히면 포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번개탄 구매를 규제하는 정책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사회적 해결’의 중요성도 강조해왔는데. “우리나라는 한도용량의 120% 이상으로 달리는 사회다. 80%만 달리고 20%의 가용 용량을 남겨두는 사회에 견줘, 다른 사람을 돌아보기 어려운 건 당연하지 않나. 모두가 너무 바쁘고 힘든 환경을 바꿔야 한다. 일본에서도 자살예방에 나서면서 과로를 줄이는 정책을 병행했다. 이와 더불어 어릴 때부터 정신건강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 보일 용기가 부족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유행인 MBTI(성격 유형 검사)보다 PHQ-9가 더 중요한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 우울증 검사에 쓰이는 도구인데 9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자가 진단하고 필요시 치료를 받으러 갈 수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잘 해내고 있는데도 진료가 필요한 정도로 점수가 높게 나오기도 한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어떻게 다른가? “공황장애를 비롯한 불안장애는 전세계 인구의 30%가 한번씩 겪는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다. 불안장애는 사회적 낙인이 가장 덜한 정신 질환이고 그만큼 커밍아웃하기도 쉽다. 그다음으로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의 차례로 낙인의 강도가 심해진다.” ―자신의 증상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을 것 같다. “맞다. 번아웃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서 우울증 진단을 받기도 한다. 모든 정신 질환의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는 일상생활에 어느 정도 지장이 있는지다. 우울증 단계로 접어들면, 자책감이 심해지고 자살 충동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서 ‘멘탈이 왜 이렇게 약하냐’는 식으로 여겨선 안 된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괜찮지 않을 ‘자격’이 있다.” ―그럼에도 치료를 받으러 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을 텐데. “사회적 연결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외로움을 ‘새로운 역병’으로 인식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힘들 때 기댈 곳이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함께 찾아가는 정신건강 서비스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에스엔에스 상담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도 정신 건강을 이유로 병가를 내는 것이 보편화돼야 한다. 내가 미국에서 진료를 보는 환자 중 일부는 회사 내 직원 휴게실에서 줌으로 상담을 받기도 한다.” 2024년 1분기에 남성 자살 사망자가 늘어, 베르테르 효과를 추정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베르테르 효과(모방 자살)의 심각성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여 줬으면 싶다. 198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철도 자살이 많이 발생했다. 국가 차원에서 보도 자제를 요청했고 언론도 이를 수용하면서 모방 자살이 크게 줄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내부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말 배우 이선균 사망 이후, 2024년 1~3월에 남성 자살이 많이 늘었다.(그래픽 참조) 중장년층이 많았고 자살 수단도 유사했다고 한다. 정부가 사람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하는 것처럼 언론도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보도를 해야 한다. 자살을 선택지의 하나로 보여지듯이 표현해선 안 되고, 유서나 자살 수단 등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whynot@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