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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볼 건설 약육강식의 얼핏봐도 사무실로 목소리에 보구나[인터뷰] 1995년 입사한 권혁철 한겨레 기자 "올곧게 기자 생활한 사람은 언제나 드물다" "기자의 일은 계속 기자의 것이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윤수현 기자] ▲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권혁철 기자. 사진=윤수현 기자 미디어오늘이 탄생한 1995년 이후 30년 동안 언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저널리즘이 꽃을 피웠나. 아니면 시대와 호응하지 못해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졌나. 21세기가 되면서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고 기자들 손에는 원고지 대신 스마트폰이 쥐어졌다. 언론은 중고차코리아 무수한 변화상을 전하며 스스로도 시시각각 모습을 바꿨다. 그러나 사실을 전하는 기자의 본연적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1995년 10월 한겨레 공채 8기로 입사한 30년차 권혁철 기자는 “30년 후에도 기자의 일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판단하고 결정하고 찾아가고 사람 만나는” 기자의 일이 30년 전과 주택후순위담보대출 지금 똑같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기자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권 기자를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겨레 사회2부장,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논설위원 등을 거친 권 기자는 2021년부터 국방부 출입기자로 다시 현장을 뛰고 있다. - 1995년 입사 직후 처음 맞닥뜨린 일이 뭔가. 보통 '사스마와리'(경찰서 방문 취 한국거래소 재 관행, 일본식 표현)를 통해 업무를 배우는 것이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그냥 경찰서에서 먹고 자고 하며 선배들 지시받는 방식이었다. 아침에 3개 정도 경찰서를 돌며 사건·사고를 체크했는데 첫 보고가 아침 8시, 마지막 보고는 새벽 1시30분 정도였다. 첫 보고를 하려면 최소한 2~3시간 전에 일어나야 하니 하루에 한 3~4시간 잤던 임원 퇴직금 것 같다.” - 주52시간제가 도입된 지금과는 차이가 있는 교육 방식이다. “그때는 인터넷이 있던 시대도 아니니까. 삐삐 정도가 대중화된 기기였다. 지금은 수습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서 정보 공유하고 서로 물어보고 하지만 그때는 그런 채널도 없었다. 경찰들도 일진 기자실만 가지 수습들에게는 따로 브리핑하지 않았다. 순전히 개인돈빌려드립니다 찾아가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품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 업무가 불필요하게 과도하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수습할 때는 그랬다. 하루종일 '뺑뺑' 돌아봐야 기사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가령 강도 사건이 있었다고 선배한테 보고하면 강도가 든 흉기가 과도냐, 식칼이냐, 칼의 길이는 얼마나 되냐, 이런 거를 다 꼬치꼬치 물어봤다. 그러면 또 형사를 찾아가서 다시 또 일일이 묻고 조서 보여달라 하고 그래야 하는데, 정작 기사는 나가지 않았다. '왜 자꾸 쓸데없는 걸 시켜서 사람을 괴롭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웃음). 지금 생각하면 기자로서 중요한 점들을 처음부터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일단 현장에 가서 자기가 눈으로 직접 보고 듣고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기사 작성은 어떻게 했나. 지금처럼 녹음기를 틀거나 노트북으로 타이핑 했는지 궁금하다. “한겨레는 CTS(컴퓨터 조판 시스템)를 빨리 도입한 편이었다. 제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노트북이 지급됐다. 현대전자의 흑백 노트북이었던 것 같은데, 다른 신문사들 상당수는 아직 원고지에 작성을 할 때다. 원고지로 쓰고 팩스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아니면 전화로 원고지에 적힌 걸 부르기도 했다. 녹음기는 글쎄. 방송사 오디오맨들 말고 기자들은 거의 안 썼던 것 같다. 아주 중요할 때 말고는 다 받아적었다. 2000년대까지도 그랬다.” - 최근엔 인공지능(AI) 기술이 나와 기자 업무에 큰 변화가 생겼다. 사용하시나. “몇 가지 쓴다. 지금은 퍼플렉시티를 쓰고 있는데 꽤나 쓸모 있다. 예전에는 논문 하나 찾으려면 사이트 들어가서 일일이 봐야 했는데 지금은 검색어만 잘 넣으면 된다. 몇 시간 할 일이 10분 안에 끝난다고 느꼈다. 요즘은 근거도 따로 제시해줘서 이 답변이 맞는지 다시 확인하는 번거로움도 많이 줄어들었다. 잘 모르는 분야를 시작할 때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매체도 사회 존중해야 하지만 사회도 매체를 존중해줘야 한다” - 업무 환경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인식도 30년 동안 많이 달라졌다. “30년 전에는 언론사가 이렇게 많지 않았다. 신문·방송 합쳐봐야 10개 남짓이었다. 몇 년 전에 신입사원 뽑는 걸 보니 지원자가 확실히 많이 줄었더라. 그때는 지원자가 2000명은 넘었는데 지금은 몇백 명 수준이다.” - 30년 전에는 언론사에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나. 어떤 사람들이 주로 모였나. “대충 몇 가지 부류가 있다. 정치권을 노리는, 소위 출세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정말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온 사람도 있다. 언론사가 아무래도 일반 회사보다는 자유로운 측면이 있으니까. 물론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사회 운동의 연장선 차원에서 온 사람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언론사 시험을 봤다.” - 흔히 외부에서 언론을 비판할 때 '기자들이 직장인이 됐다'고 한다. 이전의 기자 정신이 사라져 제대로 된 사회 감시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이다. 동의하나.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이해하지만, 그때도 회사원 같은 기자들 많았다. 우리 이전의 조선·동아투위 선배들이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올곧게 기자 생활한 사람은 언제나 드물다.” ▲ 2004년 4월16일 경북 군위군 의흥면 한 야산에서 '6·25 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취재를 하면서 장병들과 함께 발굴 체험을 하고 있는 권혁철 기자. 사진=본인 제공 - 30년 전과 지금의 언론을 봤을 때, 가장 많이 달라진 걸 하나 꼽자면 뭘까. “사회 속 언론의 역할, 영향력, 인식 이런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모든 관계는 상호 존중이라고 생각하는데 매체와 사회가 지금 서로 존중하나. 아니라고 본다. 매체도 사회를 존중해야 하겠지만 사회도 매체를 존중해줘야 한다. 30년 전에는 그래도 상호 존중의 기본 전제는 성립돼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고 욕할 수 있다. 다만 언론에 그 소명이 있다는 건 인정을 해줘야 한다. 지금은 그 전제가 희미해졌다.” -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 담론이 떠올랐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체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내지 존중이 없어졌으니까. 요즘은 우리가 하는 일 자체를 갖다 폄하하고 쓸데없고 심지어 해악스럽다고 얘기한다. 우리 세대 때는 욕은 먹어도 일의 본질에 대한 평가는 있었다.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한다는 얘기는 들으면서 일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 언론의 신뢰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이 뭘까. “기자들이나 언론사가 잘못한 게 우선 많다. 상업화돼서 이상한 기사 쓰고. 이상한 제목 붙이고. 스스로 입지를 좁힌 측면이 있다. 요즘은 사람들이 매체 구분도 잘 안 하니까 이상한 기사를 보고 '쟤네들이 무슨 기자야' 하니 언론의 신뢰가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 기자 입장에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반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사회 양극화되는 동안, 언론의 정파성은 더 심해졌을까 - 30년 전에만 있던 언론사 악습도 있나. “한겨레는 그나마 인간적인 수습 문화가 있었는데 다른 곳에선 인격 모욕 수준의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심지어는 일진이 수습을 경찰서 1층 기자실에서 무릎 꿇고 손들게 시킨 적도 있다. 욕설과 폭력은 일상이었고. 촌지 문화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개별적으로 주는 건 없어졌다. 다만 출입처 차원에서 주는 게 있었다. 예를 들어 법조 출입을 오래 한 사람이 출입처를 옮기면 검사장 등이 (기자를) 불러서 전별금이라고 100만 원 정도를 줬다. 기관장들이 기자실을 방문할 때도 같이 밥 먹는 것 대신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금일봉을 주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문화가 있었는데 김영란법 이후에 완전히 다 사라졌다.” - 언론과 독자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30년 전보다 지금 더 가까워졌나. “예전보다는 쌍방향 소통 창구도 늘었고 노력도 언론사가 많이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독자를 대표로 상정해야 하는지 좀 의문이다. 목소리가 큰 일부 독자들에게만 반응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고. 독자 의견은 당연히 수용하고 반영해야겠지만 어떤 독자가 대표 독자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에 대한 보편적인 의견이 무엇인지, 이 의견이 독자를 대표하는 것인지 따져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권혁철 기자. 사진=윤수현 기자 - 언론의 정파성은 30년 동안 심화됐다고 보나. 한국 사회는 같은 기간 더 양극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0년 전에도 언론은 다 정파성을 띠고 있었다. 아닌 척 가장했을 뿐이다. 신문만 놓고 보면 오히려 관점이 없는 게 문제지 주관을 갖고 판단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 완벽하게 공평무사한 게 어디 있겠나. 언론은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정파성을 요구하는 정도는 달라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더 강해졌다고 느낀다.” - 30년 후 기자의 모습은 어떨까.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까.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 안 한다. 왜냐하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사를 팩스로 보내고 원고지에 쓰고 수첩에 적고 이런 기술적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기자의 일, 판단하고 결정하고 찾아가고 사람 만나고 이런 건 똑같다. 그 일을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에 맞게 AI가 판단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AI가 잘 정리는 할 수 있겠지만 기자의 일은 계속 기자의 것이다.” - 언론의 진정한 위기는 언제 온다고 생각하나. “기자 개인이든 매체든,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내서 그 매체 기사를 보도록 해야 한다. 30년 전에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이 독점할 수가 있었다. 그 자료를 그냥 전달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였다. 근데 지금은 그게 아니지 않나. 기획이나 특종 정도만 기자가 독점하고 있다. 그러니 전문적인 인사이트(통찰)를 제공하는 기자 내지는 매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은 의미가 없으니까 어떤 사안의 배경이나 전망을 잘 얘기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걸 못할 때가 언론의 진짜 위기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자들이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을까. “방위 산업을 예로 들면 요즘 무기 수출이 잘 된다고 'K-방산 대박'이라고 많이 한다. 하지만 기자로서는 '수출 대박' 이외에도 따져볼 부분이 굉장히 많다. 가령 유럽 같은 경우 인권 침해가 심한 나라한테는 무기를 안 팔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국격에 맞는 무기 수출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방산 생태계와 무기 수출 시스템을 제안할 수 있는 기자와 한화가 무기를 얼마나 많이 팔았다는 기사만 쓰는 기자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음식점으로 치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