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시크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가 한밤중 미사일로 공습한 현장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기사를 쓸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단어가 몇 있다. 러시아 정부·군대가 사용하는 ‘특별군사작전’이 그중 하나다. 침략 전쟁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말 같아 쓸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그렇다고 내 멋대로 바꿔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름 기준을 세웠다. 러시아 측 발언을 전할 때는 작은따옴표(‘’) 안에 넣어 적되, 기사 문장으로 풀어쓸
오리지널바다이야기 때는 침략, 침공, 전쟁 등 단어로 바꾸곤 한다.
내가 러시아인이라면 이런 타협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의회는 군대 관련 ‘가짜정보’를 유포한 사람에 대해 최대 15년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 법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비판한 야당 정치인 등이 옥살이를 했다. 왜 이리 엄하
릴게임몰 게 구는가. 전쟁임을 공식 인정했다가 대외 책임 부담이 늘고 내부 비판 여론이 커질까 러시아 정부가 걱정해서란 분석을 나중에야 알았다.
일본 기사를 쓸 땐 ‘처리수’와 ‘오염수’ 표현이 고민이다. 처리수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하는 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 중국 등은 원전 폭발 이후 방사성 오염이 진행됐다는 뜻에서 오랜
바다이야기비밀코드 기간 오염수 표현을 써왔다. 그러다 2023년, 당시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나둘 처리수 용어 사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출입기자 시절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윤석열 정부가 중시하는 한·일 관계 개선 때문이란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요즘 한국 언론은 대개 오염수 용어를 쓰되 괄호 안에 ‘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라는 설명을 더한다.
신천지릴게임 이름이 별건가 싶지만 함의는 꽤 크다. 처리수는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 방사능이 대부분 정화됐다는 뉘앙스를 전한다. 오염수보다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완화와 짝을 이루기에 자연스럽다. 반면 일본 정부나 국민의힘 주장과 달리 설비가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물질만큼은 걸러내지 못해 여전히 위험하다는 분석도 있다. 두 명칭을 병기하는 것으로 이 같은 맥락이 충분히
야마토연타 전달되고 있을까?
중국과 대만 관계를 뜻하는 ‘양안 관계’ 용어에도 의문이 있다. 양안은 두 개의 해안을 뜻하는 말로 중국 정부가 선호하는 표현이다.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한 국가 안의 두 지역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대만 내 일부 독립파는 이러한 표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이른바 ‘92공식’을 인정하는지 여부가 총통 선거 쟁점이기도 했다.
한국 정부야 1992년 중국과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했으니 그렇다 쳐도, 언론까지 그 단어에 묶일 필요가 있을까. 한국 언론은 대개 양안 관계 표현을 쓰면서 ‘중국과 대만 관계를 뜻하는 말’이라는 설명을 붙여두지만, 그 정도로는 이들 사이 역사와 정치적 갈등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듯하다.
올해 초 이 지면에서 “이름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고민은 여전하다. 작은따옴표와 괄호 정도로는 온전히 그려낼 수 없는 사정이 곳곳에 있다. 좋은 기사의 한 비결은 간결함에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따금 나는 군더더기가 ‘야마’보다 더 중요한 때가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