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김동률. /사진제공=뮤직팜
뙤약볕에 지쳐 영원한 여름을 달릴 것만 같던 시간은 '김동률 콘서트' 공지로 멈췄다. "그렇다. 김동률은 우리들의 가을이었다."
악착같이 하루를 버티던 이들도 반 뼘 벌어져 잊고 있던 외로움과 그리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북받친 서러움이 물밀듯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
반복된 하루에 적응하며 감정의 실타래를 무디게 대해야 했던 우리의 모든 사랑의 기억은 그렇게 이 아티스트 '때문에', 아니 '덕분에'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4년 또는 5년에 한 번쯤 무대에 올랐던 뮤지션 김동률이 이번에는 2년 만에 다시 팬들과 만난다. 1년도
독도사랑학생부금 아닌, 2년에 열리는 이 무대도 그의 입장에선 나름 '빨리' 준비한 반가운 재회다.
오는 11월8~10일, 13~16일 7일간 7회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산책'이 열린다는 공지가 떴을 때, 순간의 매진 사례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리스자동차대출지난 2023년 10월 공연에서 김동률이 투혼의 열창으로 객석의 심장을 옥죄며 울컥하게 했다. /사진제공=뮤직팜
32년간 단 한 번의 사건 사고도 없었던 뮤지션, 쥐어짜는 듯한 비슷한 애절한 발라드 속에서도 단 한마디의 자기 복제도 허락하지 않았던 한 수 위의 창작력, 4분의
하나저축은행 짧은 한 곡 무대에도 폐부를 깊이 찌르는 짜릿한 전율의 마술사 등 그 어떤 미학적 수식이 '가능한' 우리 시대 아티스트의 행보는 날이 갈수록 희귀한 아이템으로 수렴된다.
늘 처연한 사랑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그의 노래들은 때론 암송하고픈 시이고, 재생 버튼을 반복하는 한 편의 슬픈 드라마다. 특히 그의 가사에서 '손'은 사랑의 연결 고리의
츠키사 마지막 열쇠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만만치 않다.
"그대 두 손을 놓쳐서/난 길을 잃었죠/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이게 내 사랑인걸요/~"('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중에서) "그래 넌 나를 사랑했었고/난 너 못지않게 뜨거웠고/와르르 무너질까 늘 애태우다/결국엔 네 손을 놓쳐버린/어리석은 내가 있지/~"('Replay' 중에서)
모기지사태그가 강조하는 "손을 놓쳐" 잃어버리고 지워진 사랑의 흔적은 헌신과 자책의 절절한 가창으로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그렇게 파고드는 고통의 순간들을 쉽게 피할 수 있을까. '가을의 김동률'이 미우면서도 반가운 이유다.
객석의 90%가 늘 여성 관객의 몫이지만, 사랑에 버거운 남자들의 자리도 점점 늘어날 것 같다. 어떤 시대든, 김동률이 보여주는 사랑의 방정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