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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세계 경제의 기본 언어다. 무역 결제와 자본 이동, 국제 금융 안전망의 중심에 서며 지난 70여 년 동안 흔들림 없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려왔다. 어떤 위기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선택해온 ‘최후의 피난처’였다. 하지만 그 신뢰가 영원하고 절대적일까. 세계적 경제 석학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신작 <달러 이후의 질서>에서 달러 패권이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경고한다. “이번엔 다르다”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로고프는 이미 여러 금융 위기를 예견해온 전문가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유럽 부채위기, 2015년 중국발 금융 불안을 사전에 지적했다. 그런 그가 지금 주목하는 것은 달러 질서의 균열이다.
코스피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만성적인 재정·무역적자와 급증한 국가부채가 달러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보호무역 강화, 금융제재 남발, 중앙은행 독립성 위협 등이 국제사회에 달러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코스닥상한가 물론 아직 달러는 강하다. 저자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전 세계 외환 거래의 90%에 달러가 관여하고, 석유와 원자재 가격은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표시된다. 금융 시스템 전체가 달러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달러는 위기일수록 더 강해지는 독특한 자산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미국이 막대한 부채를 손쉽게 발행
인터넷릴게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로고프는 바로 이 점을 ‘과도한 특권’이라고 꼬집는다. 미국이 빚을 내도 외국이 대신 부담해주는 구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이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례는 달러의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때 세계를 호령한 스페인의 은화, 네덜란드 길더화, 영국 파운드화 모두 기축통화의 위상을 잃
황금성게임어플 었다. 경제력과 군사력, 무역 개방성,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로고프는 달러가 역시 이런 위험 요인들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권력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선택을 할 때 무너진다”는 냉정한 문장도 남긴다.
달러에 도전하는 움직임도 구체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는 달러가 아니라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모바일바다이야기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 암호화폐의 부상도 달러 중심 통화질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로고프는 “암호화폐가 당장 달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달러에 대한 신뢰 저하가 계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책의 장점은 분석뿐 아니라 현장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라는 이력은 실제 정책 현장에서 포착한 통찰을 뒷받침한다. 2008년 위기를 앞두고 투자은행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던 순간, 급성장하는 중국 도시에서 자전거가 자동차로 바뀌던 장면, 가상자산 시장의 부상을 가까이서 목격한 이야기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학술적 깊이와 대중적 서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한국 독자를 위한 특별 서문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한국이 달러 블록의 미래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드문 사례이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국가라는 이유에서다. 스테이블코인 확산 등 새로운 금융 인프라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낸다.
<달러 이후의 질서>는 공포를 부추기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과신의 위험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미국이 자신의 힘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규범과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다른 국가들도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금융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달러의 종말이 아닌 ‘질서의 재편’이 중요한 화두라는 것이다.
달러 패권이 언제, 어떻게 흔들릴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 금융의 중심이 단일 통화에서 다극화로 이동하는 조짐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달러가 여전히 가장 신뢰받는 자산이라는 사실과 동시에 그 신뢰가 서서히 닳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공존하는 시대다. 로고프의 분석은 이런 복합적 현실 속에서 냉정한 균형 감각을 갖추라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통화의 뒷면에 어떤 권력과 위험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그 균열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는지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유의미한 답을 제공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