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이 여의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조가현 기자
"우주 정거장이나 달 기지 같은 장기거주 시설에 우리나라 조선 기술이 확실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항공우주 전문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를 5년째 이끌고 있는 김상돈 지사장이 꺼낸 이야기는 의외였다. 여의도에서 최근 만난 김 지사장에게 주목하는 우주 산업 분야를 물었을 때 '조선 기술'을 언급했다.
김 지사장은 조선업 고참 엔지니어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 "눈이 번쩍 뜨였다"고
검증완료릴게임 설명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먹고 자는 시설을 만드는 노하우, 바로 배와 전투함정을 만들어온 조선업의 강점이 우주 정거장이나 달 기지 건설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통찰이었기 때문이다.
김 지사장은 "침실, 엔진실, 사령실 등을 최적으로 배치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이 노하우는 전통적으로 배, 특히 전투함정에서 나온다
바다이야기오리지널 "고 설명했다. 조선업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복잡한 공간 설계에 AI 기술의 필요성을 느끼고 도입을 모색해왔다.
우주 바이오·메디컬 분야도 눈여겨볼 영역으로 꼽았다. 김 지사장은 "바이오메디컬 시장 규모가 순수 우주산업의 수십배 이상"이라며 "무중력 공간에서의 고순도 화합물 생산, 우주 방사능과 저중력 환경에서의 건강 문제 해결 등이
릴게임사이트추천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전·세종 중심 우주 스타트업 급증
김 지사장은 "대전과 세종을 중심으로 우주 스타트업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기준 파악된 우주 스타트업이 50개 가량이었는데 현재 100개를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9월 스타버스트 프랑스 지사는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와 협력해 한국 우주 스타트업 10곳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 지사장은 "프랑스에서 5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두 기업에 대한 후속 미팅, 투자사와 잠재 고객사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버스트가 기업 선발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혁신성'이다. 김 지사장은
황금성오락실 "전 세계 직원 60여 명이 대부분 항공우주 전문 경력을 갖고 있다 보니 우리가 처음 듣는 거면 정말 혁신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작 아쉬운 건 '마케팅'
김 지사장이 가장 아쉬워하는 건 한국 우주 스타트업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다. 그는 "잠재력의 60%도 영업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장이 지적한 마케팅 문제의 핵심은 영어 구사 능력의 '양극단' 현상이다. 너무 어색해서 한국인끼리만 모여 리셉션하고 끝내거나 반대로 너무 서구화돼서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경우다. 그는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데 너무 미국화된 식으로 하면 고객들이 당황한다"며 "저 사람이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헷갈리면 국제 무대에서 결코 좋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독특한 억양이 있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한국식 억양'이 느껴진다는 말에 부끄러워하며 말문이 닫힌다. 굉장히 잘못된 자세"라고 꼬집었다.
김 지사장은 "마케팅은 절대 대행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와 고객은 스타트업 CEO를 직접 만나 이 사람의 철학이 무엇인지 믿고 맡길 수 있는지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말이 서툴러도 그래프와 수식, 데이터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며 "'한국식 영어를 쓴다고 뭐가 잘못됐나.' 이 당당함만 갖추면 다음 날 말문이 빵 터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 R&D 실패, '어디까지 달성했나'로 봐야
김 지사장은 한국의 R&D 지원 문화 개선도 주문하며 일본과 이스라엘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일본도 달 착륙선이 뒤집힌 상태로 내려갔지만 이를 성공으로 보고 계속 도전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스마트 착륙선(SLIM)은 2024년 1월 착륙 과정에서 추력 이상으로 자세가 뒤집혔지만 목표 지점에 정밀하게 내려앉은 것으로 보고 세계 5번째 달 착륙국으로 인정받았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착륙도 못 하고 내리다가 깨져버렸는데 '원래 한 대가 갔어야 되는데 여러 개로 내렸으니까 성공이네'라고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면서 도전의 기회를 더 줬다"고 소개했다. 이스라엘의 민간 탐사선 베레시트는 2019년 착륙 직전 엔진 문제로 달 표면에 충돌했지만 이스라엘 우주단체는 재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김 지사장은 "실패해도 거기까지 도달한 것을 인정해주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관리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는 "큰 틀에서만 정당한 집행 여부를 확인하고 실패는 관대하게 봐줘야 한다"며 "10억으로 시작했는데 5억으로 끝냈다면 오히려 칭찬해줘야 하는데 수사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스타버스트는 내년 벤처캐피탈 사업을 확대한다. 유럽, 이스라엘, 싱가포르에서 펀드를 늘리고 한국에서는 현지 파트너와 공동 운용사(co-GP)로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